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회 동의를 건너 뛴 '셀프 비준'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정부‧여당은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강경화 장관은 북미 간 교착상태로 불투명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을 계속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질 경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당초 합의대로 연내 이뤄질 수 있느냐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문에 "정부로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하나하나 다 중요한 외교 일정이고 순서에 따라서, 상호 추동하면서 좋은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북미회담이 성과를 내고, 4차 남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에 이르는 당초 순서도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남북회담을 선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이 "김 위원장의 답방이 먼저 있으면 좋겠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을 하는 데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라고 지적하자, 강 장관은 "그런 면도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한국당은 평양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국회 동의 없이 비준한 것이 위헌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부각시키며 반감을 피력했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북한은 헌법상 국가가 아니라서 대통령이 셀프 비준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인데, 국회 동의 없이 비준한 것은 분명히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합의는) 영토권에 관련한 문제로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고 여야 정권을 초월해서 두고두고 덜어야 할 문제인데 (판문점선언을) 섣부르게 국회에 동의를 요청한 것도 그렇고, 군사문제를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나 충분한 논의 없이 비준을 하는 것도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비준 강행이 문제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송영길 의원은 "남북관계 발전법에 따라 중대한 재정사항에 부담되는 경우와 국회 입법 사항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회에 비준안을 받도록 했다"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국회가 판문점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경협 등 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판문점 선언만 국회 비준 대상이지만, 이것이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송 의원은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를 정부가 제출했는데 국회가 상정 안 해놓고 군사 합의를 국무회의가 비준했다고 비판하면 우리 국회도 일관성 없이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도 북한이 헌법상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각종 합의가 조약이 아니며 국회 비준이 필요치 않다는 청와대 입장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북한은 남북관계발전법상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전 대표는 남북 간 10‧4 공동선언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간한 자서전에서 '10‧4 선언은 법률적으로 조약 성격이기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과 외교부의 인식이 다른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10‧4 선언은 조약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