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단장은 2013년부터 넥센 지휘봉을 잡아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끌었다. 2014년에는 정규리그 2위로 한국시리즈(KS)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일궈냈다.
이듬해 40홈런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가 빠지고도 가을야구에 나섰고, 2016년에는 4년 연속 홈런-타점왕 박병호와 마무리 손승락, 20승 투수 앤디 밴 헤켄, 중장거리포 유한준 등 투타 핵심이 유출됐지만 역시 준PO에 진출했다.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끈 염 감독은 '염갈량'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염 감독과 넥센의 마무리는 아쉽게도 명예롭지는 못했다. 준PO에서 LG에 석패를 당한 뒤 기자회견에서 염 감독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기가 1년 남았지만 구단 수뇌부와 갈등이 불거지면서 팀을 떠나게 됐다.
이후 염 감독은 민경삼 SK 단장을 이으면서 행정가로 전격 변신했다. 염 단장의 SK는 지난해 외국인 레이 힐만 감독을 선임하고, 잇따라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등 파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5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 SK는 올해는 정규리그 2위로 올라와 PO에 직행했다. 감독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염 단장 체제 하의 SK도 나름 발전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연 예전 몸 담았던 팀과 가을야구를 펼치게 된 염 감독의 소회는 어떨까. 일단 염 단장은 이번 PO가 '염경엽 시리즈'로 불리는 데 대해 극구 손사래를 쳤다. "나는 현재 엄연히 구단을 지원해주는 단장"이라면서 "힐만 감독과 선수들이 주목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언급되는 게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했지만 친정팀에 대한 애정과 멋진 승부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만큼은 몇 마디를 남겼다. 염 감독은 "팀을 떠났어도 오늘의 '염경엽'을 있게 해준 넥센에 대한 고마움은 여전하다"면서 "어려운 때 장정석 감독이 팀을 잘 이끌어줬고, 선후배 선수들이 똘똘 뭉쳐 가을야구에 다시 와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승부사의 기질을 잊지 않았다. 염 단장은 "우리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그동안 준비를 많이 해왔다"면서 "나는 지원을 해줬지만 현장에서 고생해준 우리 선수단도 그동안의 결실을 얻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든 더 열심히 한 쪽이 이길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 다치지 않고 가을야구에 어울리는 멋진 승부를 펼치는 것"이라면서 두 팀의 선전을 바랐다. 과연 '염갈량 시리즈'로 불리는 이번 PO의 진정한 승자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