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권의 해임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해임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최근 이른바 '평양선언'의 비준을 강행한 청와대에 반발하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 국정감사가 막판으로 치닫는 가운데, 향후 전개될 예산정국에서 사용할 협상 카드를 추가하는 성격도 띤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대북 문제와 남북 경협 등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국토교통위 소속 당내 의원들과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면서 위헌적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무회의 의결,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한 평양남북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의 후속 결과물인 남북군사분야 합의 등이 국회 비준 사안임에도 정부가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김 원내대표는 "헌법 정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는 국민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 동의는 곧 국회 비준을 의미한다. 정부의 비준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과거 자서전 '운명'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국가 간 비준 사안으로 해석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그는 "(문 대통령은) 책에선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이어서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과 약속 자체는 조약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따졌다.
문 대통령에 대한 '위헌' 공세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불똥이 튀었다. 김 원내대표는 "조 장관에 대해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 확정을 짓고, 해임 건의 절차를 밟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지난 15일 통일부가 탈북자 출신인 한 조선일보 기자의 방북 취재를 출발 몇 시간 전 불허한 것에 대해 '언론의 자유, 검열의 불허' 등과 관련된 헌법(21조) 조항을 위배한 탄핵 사유라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오는 29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 마지막 일정으로 국회에서 종합감사가 열리는 점을 감안, 이르면 오는 26일 해임안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조 장관 입장에선 해임을 요구받는 위치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임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당의 해임안 제출은 실현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범(凡) 야권의 동의를 이끌어냈던 '고용세습' 국정조사 추진과 달리 해임안은 바른미래당 등 다른 야당의 동의를 구할지 불투명하다.
때문에 청와대가 평양선언을 자체 비준하는 등 선행 선언인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맞대응 카드를 추가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공동재판부 구성 등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의 공조 움직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29일 종료되는 국감 이후 여야는 이 같은 쟁점들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12월 2일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