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4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는 첫 공식석상이었다.
'국가부도의 날'은 외환 위기를 소재로,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 위기를 숨기려는 사람,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위기 앞에서 버티는 사람 등 다양한 군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사상 최대의 경제 위기를 끝까지 막으려고 노력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은 김혜수, 위기에 베팅하는 윤정학 역은 유아인, 뜻밖의 위기 앞에 끝까지 버티려고 애쓰는 가장 갑수 역은 허준호, 위기를 이용해 경제 새 판을 짜려는 재정국 차관 역은 조우진이 맡았다. 세계적인 배우 뱅상 카셀이 IMF 총재 역을 연기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경제전문가로 변신했다. 그는 "시나리오 읽고 나서 인물(한시현)을 떠올렸을 때 '원칙'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파란이 몰아쳐도 초지일관 원칙으로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이런 사람이 더 많았다면, 그 시대를 살아낸 우리들의 현재는 어땠을까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늘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참 그렇게 살기 어려운데 (한시현은) 신념과 소신을 잃지 않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부연했다. MC 박경림이 김혜수 본인과 일치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혜수는 "그럴 리가요"라며 웃었다.
유아인은 "윤정학이라는 인물로, 익히 알고 계신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를 자기를 드러내지 않을까. 현실적인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작에서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혼란의 시기를 겪는 공안부장 등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인 허준호는 이번에 평범하고 소박한 소시민으로 돌아왔다.
허준호는 "저를 캐스팅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비중 있는 역할로 (저를) 믿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고 감독님께도 고맙다. 십몇 년 만에 영화로 제작보고회 자리에 와서 너무 기분 좋다"고 밝혔다.
허준호는 "깜깜한 상황에 대해 표현을 할 수 있을 만큼 개인적인 경험이 조금 있었다"며 "제가 (당시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조금은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IMF 사태가 일어난 1주일이라는 설명은 들었다. 그 자체가 매혹적이었다. (시나리오 보고) 어떤 느낌이었냐면 피가 역류하는 느낌, 맥박수가 빨라지는 느낌이었다"며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말까가 아니라 이 영화는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국희 감독은 "외환 위기 사태는 지금까지도 많은 부분에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긴박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또한 "가상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실제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거라서 당시 시대상과 IMF 협상으로 가는 일련의 과정 팩트체크를 열심히 했다. 고증하기 위해 경제학자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허준호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픈 과거를 숨기는 것보다는 그걸 공유하면서 (다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아픔을 드러내고 이겨냈기 때문에 지금 2018년에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혜수는 "저희 영화는 외환 위기를 다루지만, 우리도 살면서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하지 않나. 그럴 때 정직하게 위기에 대면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요행을 바라거나 정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하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면서 "우리 사회 전체 문제를 환기시킬 만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조우진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직시하고 바라보고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부도의 날', 11월 28일에 개봉하는데 (그때) 어떤 격동기를 거쳤는지 관객 여러분이 목격자가 되어주시길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등이 출연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1월 28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