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23개 공공기관이 이번 달부터 3개월 미만 일자리 1만 2500개를 만들겠다는 단기일자리 창출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 일자리 대부분은 도로 청소나 홍보물 배포 등 단순 업무를 맡을 뿐 해당 기관의 핵심 직무와 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이 단기일자리를 급조한 이유는 지난 4일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공기업에 "연내 단기 일자리 확대방안을 작성해 내일 오전 11시까지 보고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같은 당 박맹우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41곳 중 14곳이 단기일자리 확대방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공문을 보낸 기재부조차 "체험단의 실제 활동기간이 10일 미만에 그치는 등 실효성이 없다"며 사업계획을 취소하는 등 급조된 단기일자리였다.
이처럼 정부가 올해 4분기를 전후해 '급조'하는 단기일자리는 10만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지난 18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단기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일자리 분식"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또 보수야당은 심지어 청와대까지 나서서 무리하게 단기일자리 만들기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단기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주로 노동계 등 진보 진영이 주로 비판해왔던 분야다.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단기 일자리보다는 질 좋은 일자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보수야당은 단기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진단과 해법은 전혀 다른 모양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늘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민간에 들어가야 할 돈이 공공부문에 흘러가면서 '반기업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맞물려 경제활력을 해친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무리한 단기일자리 양산에 급급하기보다는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기 일자리는 청년들이 공공기관에서 경력을 관리하거나 자기계발을 하고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엄중한 고용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직업훈련 등이 배제된 단순 단기일자리로는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냐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통계 수치를 변화시키는 형태로 생각되는 일자리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그 예산으로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 일자리에 사람을 제대로 뽑아 장기적으로 일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턴 등을 경력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좋은 일자리에 도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한국 경제가 구조 개혁의 과도기에 놓인 점을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고용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현재 일자리 상황이 나빠진 원인은 2015년부터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라며 "둑과 제방이 무너지면 정부는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 이것이 단기일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체질을 바꿀 때까지 재정투입으로 위기를 막는 것은 보수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단기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단기 일자리 창출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 시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정부도 청년인턴제로 31만개 단기 일자리를 만들었고 박근혜 정부도 청년해외인턴제 등을 추진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야당이 말하는 민간 기업의 활력 강화 방안은 이미 보수 정권 시절 시도했다가 가계소득과 내수를 망가뜨렸다"며 "혁신성장 등을 통해 우리 경제생태계를 새롭게 재구축하되, '흘러간 옛 노래'를 다시 틀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