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을 향해 수사를 이어가야 할 검찰이 핵심 피의자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3일 임 전 차장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 사업에 반대하는 특정 법관을 사찰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불복 소송,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수사기밀 유출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행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지국장 재판 과정에도 관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의료진 특허소송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문건 작성 경위나 지시 여부 등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사실상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옛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무관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5일 김명수 대법원장 입장 표명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한 달뒤 임 전 차장의 서초동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보관하고 있던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또 임 전 차장이 사무실 직원 명의로 개통한 '차명 휴대전화'도 임의제출받아 분석에 나섰다.
임 전 차장을 상대로 4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이번 사태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비협조적인 태도, 조사할 내용이 광범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임 전 차장의 '윗선'인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이나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도 신병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혐의를 부인하는 임 전 차장에 대해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거나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핵심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엄격한 잣대로 보고 있다는 점은 불리한 요소다.
법원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사건 등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줄줄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 기록 자료 등을 무단으로 빼내고, 이후 검찰 수사에 직면하자 이를 파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법원이 기각했다.
하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위법한 일을 하면 처벌하는 유일한 법 규정"이라며 "공무원 직위 이용은 더욱 엄격히 처벌하고 국민적 감시 대상으로 삼는 게 법체계 정신에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해서는 담당 판사는 제도 운영을 위해 지원하는 광범위 직권을 가진다"며 "이런 외형을 갖춘 상태에서 재판에 개입하거나 아니면 재판에 개입하려는 듯한 검토를 지시하면 직권남용이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