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3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여의도 KBS 진실과 미래 위원회 추진단(단장 복진선, 이하 진미위) 사무실을 방문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하려 했다.
공영노조가 과거의 잘못을 진상규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이메일을 사찰했다며 KBS 양승동 사장을 비롯해 진미위 관계자들을 고발한 건과 관련한 움직임이었다. 1시간여 대치 끝에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는 무산됐다.
KBS는 이날 오후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사인 KBS의 서버 및 직원 개개인의 P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KBS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이메일 사찰 의혹에 사측이 충분한 소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적절한 수사 협조 요청도 없이 강제수사를 하려고 한 것은 과잉수사이자 언론자유 침해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KBS는 차기 KBS 차기 사장 공모 절차가 진행되는 민감한 시기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점을 들어 "공영방송 인사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이메일 사찰 의혹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서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KBS는 법원의 사내전산망 로그 기록 제출 요구에 응했고 경찰 입회를 요청한 바 있다. KBS는 "KBS의 결백함을 (경찰이) 하루빨리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진미위 역시 같은 날 공식입장을 내어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두고 △용납할 수 없는 언론자유 침해 △근거 없는 단순 주장에 따른 강제수사 △조사 대상을 벗어난 광범위한 수사 △진상규명에 대한 협조에도 강행된 수사 △부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수사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도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자기 책무로 삼는 언론기관에 대해 일방적인 의혹에 따른 고발 사건을 수사하겠다며 압수수색까지 단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공영노조는 지난 7월 진미위가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이메일을 사찰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양승동 KBS 사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KBS는 공영노조의 주장은 근거나 사실 확인 없이 진미위 조사에 응한 직원들의 '추정'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며, 개인의 메일 계정 열람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공영노조를 형사 고소했다.
진미위는 그동안 KBS에서 일어난 방송 공정성·독립성 침해, 언론인 탄압 등 '공적책임 훼손' 사례를 조사하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기구로, 지난 6월 5일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