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수는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진행된 체육 기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빙상연맹과 관련한 부조리와 심석희 폭행 사건 등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새롭게 제기된 의혹은 전 교수가 제자인 조 코치에 대해 성적과 관련해 폭행과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 1월 조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뒤 심석희가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이를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체위 소속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조 코치의 옥중 편지와 전 교수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한체대 소속 선수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대표팀 코치를 압박하고, 폭행 사건 파문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먼저 손 의원이 공개한 조 코치의 옥중 편지에는 "한체대 대신 연세대로 간 최민정의 실력과 성적이 좋아 전 교수가 한체대가 무조건 더 잘나가야 한다며 시합 때마다 매우 압박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 코치는 "윗사람의 압박에 직업도 잃고 설 자리가 없어질까봐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했다"며 폭행의 배경에 전 교수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조 코치 본인도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도 있다. 편지에는 "(전 교수가) 교수 연구실에 두세 시간씩 하염없이 세워놓고 O새끼라고 욕하며 소리를 질렀다"면서 "저는 그만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O O 새끼 미쳤냐고 하시면서 머리를 주먹으로 3대 정도 맞고 뺨도 맞았다"고 써 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을 이끌던 조 코치는 지난 1월 16일 훈련 도중 심석희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전치 3주 상해를 가했다. 이외에도 2011년부터 4명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기서돼 지난 9월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또 다른 파일에는 "쟤 머리 더 아파야 해. 얘는 지금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나 이거 못하겠어 석희야'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압박은 가야 된다는 거야"라는 음성도 있다. 손 의원은 "조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선수들이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게 압박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들 선수가 심석희에게 조 전 코치와 합의하자고 종용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일부 내용은 시인하면서도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전 교수는 손 의원의 조 코치에 대한 폭행과 압박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기자회견 저지와 관련한 육성 파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목소리인 것 같다면서도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전 교수는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심석희에게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회견을 열려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평창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것보다 심석희가 빨리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설득한 것"이라고 설명햇다.
전 교수는 이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연맹에서 떠났던 상황과 관련해서도 설명했다. 안민석 문체위원장은 "국정농단의 중심에 선 최순실의 장시호와 함께 하던 제자가 동계영재스포츠센터 관련 사업에 연루되는 것을 막은 뒤 정권의 압박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제자에게 그런 사적인 일에 관련되면 안 된다며 막았는데 그 이후 각종 조사가 들어와 연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연맹 부회장으로 복귀했다가 올해 영구 사퇴한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 교수는 "소치올림픽 당시 안현수가 러시아로 간 게 나 때문이라고 음해했지만 나중에 안현수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면서 "그 당시 연맹에 반대했던 세력이 이번 평창올림픽 전후해서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성적을 올리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앞으로 연맹에서는 어떤 직을 맡지 않겠다고 사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