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생들의 #미투 움직임에 독일 현지 경찰은 한 극장의 합창단원으로, 시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인 50대 가해자 A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B씨는 지난 2015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고등학생 때 한 합창단 소속으로 독일 방문공연을 했던 자신을 눈여겨본 A씨의 권유에서다.
당시 합창단의 통역과 행정 사무를 도왔던 A씨는 B씨의 부모에게 "독일에서 음대를 보낼 수 있겠다"며 직접 유학을 추천했다고 한다.
독일에서 레슨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난 이듬해 1월 A씨의 추행이 시작됐다는 게 B씨의 진술이다.
"소리가 잘 나오는지 보겠다"며 신체접촉을 시작해 "성적으로 흥분을 하면 노래가 잘 나온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다 차량 안에서 성폭행 직전 상황까지 갔다는 게 B씨 폭로다.
성악 레슨을 받았다는 또 다른 한국인 유학생 C씨는 지난 8월 집에서 A씨가 추행을 하고, 성폭행까지 하려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두 사람이 독일 현지에서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몇 년 전 1년 넘게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한국인 유학생 D씨도 고소를 결심했다.
이들은 독일 형법상 성적 강요죄로 바이에른 주경찰에 A씨를 고소했다. 현지 경찰에서 통역을 대동해 피해 진술까지 마친 상태다.
독일어가 서툰 유학생 신분이었던 피해자들은 절대적인 조력자의 위치에 있었던 A씨에게 저항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영주권을 가진 교민과 불안한 유학생의 신분은 천지차이"라며 "어렵게 선택한 독일 유학의 꿈을 망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 "터질 게 터졌다"…독일 교민 사회 '술렁'
A씨의 성폭력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독일 한인사회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10여년 전부터 A씨를 둘러싼 성추문이 흘러나왔는데, 유학생들이 짧은 주기로 거주지를 옮기다보니 유야무야됐었다는 것이다.
한 교민은 "누구를 건드렸더라 하는 소문이 많았다. 피해학생들이 비자 문제로 2년 주기로 바뀌니 없던 일이 되곤 했는데, 이번에 우르르 피해자가 나온 것"라고 말했다.
A씨는 교민사회에서 사건이 공론화되자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에게 "평생을 두고 속죄하며 살겠다", "법적 책임을 받으면 가족들이 걱정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A씨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A씨는 메신저 역시 탈퇴한 뒤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A씨는 26일 보도가 나간 뒤에야 취재진에 "행위 자체는 인정한다. 피해자 부모와 아내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아서 좋아서 그랬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독일 현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유학생들에 대한 무고 고소를 할 거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