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무리 정우람(33)은 2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8회 1사에 등판했다. 3 대 3으로 맞선 승부처에 1, 2루 위기였다.
하지만 정우람은 공 1개로 모든 상황을 마무리했다. 초구에 박정음이 친 땅볼 타구가 1루수 정근우에 잡혔다. 선상에 붙어 있던 정근우는 곧바로 베이스를 밟고 2루에 송구, 1루 주자마저 태그 아웃돼 병살타가 완성됐다.
위기에서 벗어난 한화는 9회 승기를 잡았다. 1사 1루에서 베테랑 김태균이 상대 필승 불펜 이보근의 초구를 때려 우중간을 갈랐다. 1루 주자 이성열을 홈으로 불러들인 2루타로 4 대 3 리드를 가져왔다.
그리고 예의 정우람이 승리를 지켰다. 정우람은 9회 1사에서 서건창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2안타를 때려낸 송성문을 1루 땅볼로 잡아냈다. 정근우가 강한 타구를 잘 잡아 2루에 먼저 송구, 선행 주자를 아웃시켰다.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였다. 35세이브로 이 부문 타이틀 홀더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 후 정우람은 "태균이 형이 중요할 때 한 방을 쳐줘서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오늘이 마지막이 되지 않기 위해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끝까지 열심히 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2패를 했기 때문에 압박감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면서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고 집중력을 강조했다.
8, 9회 위기 상황도 돌아봤다. 정우람은 8회 체인지업 승부에 대해 "(박정음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칠 거라 생각했다"면서 "다행히 병살타가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회 샌즈 승부에 대해서는 "큰 거 한 방이 있는 선수라 생각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마지막에 직구가 좋으니까 그걸로 가자 했고, 삼진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기 중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6회말 1사 1루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오른 이태양이 악송구를 범한 때였다. 투수 앞 병살타로 처리할 상황이 1사 1, 3루로 변했다. 이후 구원 등판한 김범수가 2사 1, 3루에서 폭투를 던져 3 대 3 동점이 됐다.
정우람은 경기 중 아찔한 순간을 묻자 "아무래도 태양이가 본의 아니게 실수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다행히 대량실점하지 않고 잘 막아서 9회 기회가 올 수 있었다"면서 "태양이가 신경쓰지 않고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정우람은 SK 왕조의 한 축이었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라 3번 우승을 차지한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이 있다. 더 믿음직한 이유다. 이에 정우람은 "사실 그때와 지금 분위기에 큰 차이는 없다"면서 "다만 한화 선수들이 오랜만이라 시리즈 초반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오늘을 계기로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우람은 "사실 대전에서 2연패 뒤 상경하고 오늘 고척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까지 분위기가 무거웠다"면서 "그러나 코칭스태프가 이를 잘 잡아줬고 후배들도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도 경험을 쌓아가고 있고 한 경기 이길 때마다 더 많이 축적된다"고 덧붙였다.
그런 한화를 반드시 5차전까지 이끌겠다는 각오다. 정우람은 "귀중한 1승을 했는데 내일(4차전에서 이겨) 대전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팔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나가야죠"라며 의지를 다진 정우람, 만약 한화가 준PO를 통과한다면 다음 상대는 그의 친정팀인 SK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