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상 마친 박지원, 오락가락 감사원에 "대국민사과 하라"

"때마다 다른 4대강 감사결과…콩으로 메주 쑨대도 못 믿어"
최재형 감사원장 "부족한 점 알지만 공개사과는 고민할 것"
제식구 솜방망이 처벌한 감사원에 여야 의원들도 질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인 이선자 여사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만약 감사원이 헌법 독립기관으로 제 구실을 했다면 이런 국민적인 분노가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원은 처절한 반성을 하고 대국민 공개사과를 해야 합니다"

22일 서울 감사원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감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눈치 보기를 해 온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한 매서운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지난주 부인상과 삼우제까지 마치고 국정감사장으로 돌아온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76)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날카로웠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치원 운영비리 등 국민적 지탄을 받을 만한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과연 감사원이 공정한 결과를 도출할 능력이 되는지가 비판의 포인트였다.


박 의원은 "감사원은 4대강 감사를 4차례 했는데 정권마다 결과가 달랐다"며 "앞으로 예상되는 유치원비리, 고용비리, 업무추진비 등과 관련해 감사원에서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감사 결과를 보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감사를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비난했다.

감사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이명박정부의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의 사업성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지만 그 때마다 결과가 다른 '오락가락'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 1월 1차 때는 "홍수관리에 기여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2차 때는 "보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내놨다.

6개월 후인 2013년 7월 3차 때는 다시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 사업"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더니 정권이 바뀐 지난 7월 4차 감사 때는 "50년간 들어갈 총 비용은 31조원인 반면 편익은 6조6000억원에 불과하다"며 다시 문제 있는 사업이라고 결론 내렸다.

박 의원은 "4차 감사에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앞으로 50년간 31조원이 더 드는데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며 거듭 감사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어두운 감사에 대해 뜨거운 반성으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국민이 용서할 것"이라며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老)의원의 질타에 감사원장도 고개를 숙였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과거의 감사 사안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받아들이기에 많은 부족이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감사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실시되는 권력기관 감사, 국민 관심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철저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는 "어떤 사안에 대해 공개사과를 해야 할지는 깊이 한 번 고민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감사원의 부실 운영에 대한 질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예산집행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사무총장의 결재 만으로 예산을 사용한점, 뇌물수수로 직원이 적발됐음에도 공개하지 않은 점 등 감사원이 다른 기관의 비리를 감사하는 기관임에도 자신들의 비리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한미연구소(USKI)에 이메일로 청탁을 해 논란을 일으킨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인 감사원의 장모 국장이 3개월 감봉 이후 지난 7월 금융위원회로 파견된 점을 가리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난하며 "파견 때문에 기관 증인으로 배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송기헌 의원도 한국전력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직원 2명이 각각 정직 3개월,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점, 성희롱으로 감봉 3개월을 받은 직원이 다시 국장으로 복귀한 점 등을 지적하며 "깜깜이 징계절차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기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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