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주인공 '마틸다'의 "옳지 않아"
독서의 힘 덕분일까. 마틸다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글자를 깨우쳤고, 어른도 제목만 알법한 <파우스트>, <죄와 벌> 등을 읽고 이해하는 조숙한 아이이다. 건강한 생각을 바탕으로 성장한 마틸다는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그 의견을 밝히는 데 겁내지 않는다.
노후한 차의 외관을 바꾸고 주행거리를 줄여 외국인(러시아인)에게 팔려는 아빠에게도, 아이들을 끔찍이도 싫어해서 어떻게든 처벌하려는 학교 교장 미스 트런치불에게도 "그건 옳지 않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 꾹꾹 참고 또 참으면 보나마나 또 그럴걸. 이 얘기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쓰인 대로 그냥 따라갈 수 없지. 처음부터 끝이란 건 어차피 정해져 있다 믿고 포기하는 것. 옳지 않아."
그렇다,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위치가 이러하기 때문에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이다. '운명이라는 것은 내가 개척하고 바꿀 수 있다'고는 메시지를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 전한다. 불의에 저항하는 마틸다를 보면서 아이와 어른 관객은 '독서의 힘'을 자연스레 느낀다.
아울러 어른들에게는 허니 선생님도 좋은 본보기이다. 모든 어른이 끔찍하지만, 마틸다의 곁에는 존경할 만한 허니 선생님이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마틸다의 가능성은 꽃피기 어려웠다. 모든 어린이는 가능성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 이 역시 '마틸다'가 던지는 메시지이다.
◇ 뮤지컬 '마틸다'의 "옳지 않아"
극장에 들어서마자 시선을 단번에 빼앗는 모자이크 형태의 무대, 마틸다의 온갖 기발하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구현해내는 특수효과와 조명, 신나는 넘버와 화려한 군무 등은 남녀노소 모두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특히 객석 위까지 다가오는 그네 씬 'When I Grow Up'은 관객 스스로도 모르게 탄성이 터진다. 장관이다.
단순한 이야기를 몰입도 넘치는 볼거리로 만들어내는 이 능력을, 우리 뮤지컬계가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요즘 뮤지컬들은 소재가 한정적이다. 대부분 뻔한 사랑 이야기로 차고 넘친다. 그래서 제작사는 아이돌이나 스타급 배우 캐스팅에 의존하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마틸다'는 스타급 캐스팅 없이 극 자체의 힘으로 호평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아이들을 포함해 온 가족을 극장으로 끌고 오는 것은 뮤지컬계 저변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관객 숫자가 정체됐다고 평가받는 한국 뮤지컬계의 장기적 과제이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를 뮤지컬로 선보인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프로듀서는 "'마틸다'는 주요 뮤지컬 관객인 20~30대 성인 관객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면서 "관객의 저변 확대를 이룰 수 있는 작품으로 '마틸다'를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연은 내년 2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