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뒤 잘 지내 보여'…살인미수로 끝난 비뚤어진 사랑

전 연인에게 흉기 휘둘러…法 "사랑한다는 명목하에 스토킹" 실형

2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끝내 흉기를 휘둘러 수감 생활을 하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A(26·남)씨는 2016년 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B(여)씨와 사귀다 헤어졌다.


A씨는 만나는 동안 자신이 번 돈을 모두 B씨에게 쓸 정도로 헌신했지만, 관계를 돌이킬 수 없자 비뚤어진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B씨의 사진과 함께 원색적인 비난 글을 올리고,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B씨에게 비난 메시지도 반복적으로 보냈다.

B씨가 있는 곳을 찾아가 여러 차례 때리고 '다시 만나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며 B씨 앞에서 자해시도도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일 새벽에도 '자살하겠다'는 심정으로 B씨가 일하는 가게를 찾아 술을 마셨다.

밖으로 나온 A씨는 그 앞에서 호객하던 B씨가 잘 지내는 것으로 보이자 혼자 죽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준비해 간 공업용 커터칼을 손에 들고 B씨에게 다가가 머리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도망가는 B씨를 뒤쫓아가 바닥에 넘어뜨린 뒤에도 재차 흉기를 휘둘렀다.

행인들이 A씨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더 큰 일이 벌어질 뻔했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살하려고 칼을 갖고 있던 것이지 B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그 도구로 타인을 살해할 수 있다는 점도 당연히 인식했을 것"이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이별한 뒤부터 피해자를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스토킹'을 했고, 그 과정에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았음에도 재차 더 중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그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선처 탄원서를 낸 게 그나마 양형에 참작됐다.

A씨는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피해자와 그 가족이 항소심에서도 탄원서를 내고, A씨 가족도 선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구하는 점 등을 고려해 6개월을 줄인 3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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