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감사원이 밝혀야 할 쟁점은?

박원순(왼쪽)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전달한 메모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놓고 야당은 국정조사까지 추진하는 등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19일 서울교통공사 국정조사 추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에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에 반발해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 일부 직원들을 국회로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추진 방침을 정치공세라며 반박했다. 사실 관계가 확인이 되지도 막무가내로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몰아가려고 한다는 것. 서울시도 "확실한 비리가 발견되진 않았다"며 감사원 감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일자리 도둑질"이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한 적이 있느냐"고 일침을 가하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야당의 고용세습 주장을 반박했다. 윤 부시장은 "구의역 사고 이후 민간위탁사 직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총괄 지휘했던 사람(도시교통본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야당들의 주장이나 언론 보도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거나 침소봉대한 내용들"이라고 밝혔다.

이번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는가 하면 각 쟁점에 대한 주장마저 엇갈린 경우가 많아 사실 관계 확인이 시급한 실정이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한 핵심 쟁점을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 쟁점1. 정규직 전환된 친인척 몇명이나 될까?

서울교통공사의 자체적인 '가족 재직 현황' 조사 결과 지난 3월 1일 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교통공사 직원 1285명 중 108명(8.4%)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한국당은 정규직 전환자 중 1080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1만5000여 명 직원 중 약 11.2%인 1680명이 응답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10배 가량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조사 응답률이 적었던 것은 노조의 조직적인 조사 거부때문이라는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반면 서울교통공사 측은 108명이 맞다는 입장이다. 전 직원 1만7084명 중 1만7045명(99.8%)이 설문에 응했고 이 중 사내 친인척이 있다고 응답한 직원이 1912명(11.2%)이라는 것. 공사 관계자는 "조사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로 혼선이 빚어졌을 뿐 사실상 전수조가가 이뤄졌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 쟁점 2. 실효성 있는 조사 가능할까?

공사 측은 '가족 재직 현황'조사는 가족이 한 부서에 근무하게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한 내부 인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강제성이 없는 조사였기 때문에 조사 자체를 거부하거나 가족 재직자가 있는데도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다.

김모 인사처장은 구내 식당 직원이었던 부인이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도 이를 숨기고 고의적으로 명단에서 누락해 직위해제를 당한 상태다. 또 노조위원장 출신 김모 처장은 자신의 아들이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원 한 아들의 의견에 따라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가족재직자가 있는데도 명단에서 누락된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전 직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 일일이 대조해보기 전에는 정확한 '가족 재직 현황' 조사는 사실상 어려운데 이런 조사 방식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기존처럼 응답자의 자료제출에만 의존하는 조사가 다시 이뤄졌을 때 한국당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 쟁점 3. 내부정보 이용한 조직적 비리인가?

한국당은 '정규직 전환' 방침을 미리 안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친인척들이 대거 임시직으로 지원해 입사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내부 정보를 이용한 조직적 채용 비리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당시 입사한 65명의 채용 공고 시점(2016년 7월 15일~2017년 3월 17일)은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일반직화 방침 발표(2017년 7월 17일)보다 이전"이라면서 직원이 친인척들이 정규직 전환을 예상하고 미리 입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의역 사고가 난 지 한 달 뒤인 2016년 6월 지하철 노동자의 정규직화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이 때부터 노조 측이 주변 친인척의 임시직 입사를 적극 권유했다"고 주장한다.

◇ 쟁점 4. 시험은 단지 요식행위였을까?

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및 전환 시험 자체가 요식행위라고 할 만큼 쉬워 불공정한 시험이었다고 주장한다. 임시직 채용에서는 필기시험 및 인성검사가 제외됐고,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시험의 응시율은 37%, 합격률은 93.6%였다.

한국당은 "노조가 '탈락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 시험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며 시험을 거부했다가, 합격률이 높자 뒤늦게 입장을 바꿔 천막 농성 등을 통해 연내 추가시험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모든 시험을 엄정하게 심사하여 선발했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제2의 구의역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노동혁신 차원에서 1~2단계에 걸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안전업무에 종사하던 비정규직에 대한 무기계약직화와 일반직화는 철저한 심사와 검증을 거쳐 이뤄졌다. 특혜와 공정성 시비 방지를 위한 시험, 외부전문가 심사 등도 실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일부 직원들과 공채에 응시했던 취업준비생 등 500여 명은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반발해 헌법소원 등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지난 4월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정치권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가 헌법소원에 이어 감사원 감사까지 받게 되면서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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