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한때 소동이 있기는 했으나, 야당 의원들의 고압적 자세나 호통 등도 그다지 심하지 않은데다, 이 지사에게 발언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는 등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경기도의 대체적인 평가다.
압수수색, '혜경궁김씨' 논란, 강제입원 등 최근 불어닥친 각종 논란 탓에 지사 신분으로 첫 국감에 임한 이 지사의 경우 어느때 보다 긴장감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치 못한 반전의 상황·분위기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입장을 비교적 상세히 밝히는 등 '대 국민 해명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물론, 예상대로 '김부선스캔들', '조폭연루설' '가족간불화' 등 이 지사의 개인적 논란에 대한 공세가 도정 대신 주를 이룬 국감이었으나 충격적·새로운 의혹 제기 등 소위 '핵폭탄급 공격'은 없었고, 그동안의 의혹을 되묻는 수준이었다. 이 지사 역시 언론 등을 통해 해명한 내용을 되풀이 하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 지사가 공세에 '선방' 할 수 있었던 것은 야당 의원들이 대권주자를 언급하면서 압수수색 등 최근 이 지사의 고초를 집권 여당과 연결시키며 '동정(同情)' 프레임을 작동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야당의 몇몇 의원들은 이날 안희정, 박원순 등을 언급하며 이 지사 역시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추측성 발언을 하는 등 이 지사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보다 현 정부 흠집내기에 포커스를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이지, 야당 의원들은 국감 곳곳에서 의외의 상황을 연출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이날 오전 '가족관계 녹취록'을 틀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여당 의원들과 고성을 주고 받는 등 분위기를 긴장 국면으로 몰고가 오후 파행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조 의원은 오후 들어 이 지사와 웃음까지 주고 받으며 "최근 (이 지사가) 겪고 있는 처지가 안됐기에 틀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예상과 다른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이 지사에게 "여배우 스캔들 등 이 지사 관련 사건들을 버티고 올라오니 대단하다. 당하지 말고 잘 버텨라"는 당부성 말까지 하는 등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조 의원의 이같은 행보에 도 공무원 등은 "(조 의원이) '마니또(모르게 도와주는 비밀친구)' 역할을 해줬다. 이 지사가로서는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은 셈" 이라는 등의 촌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은 "국감에는 잘못된 것만을 지적하는데 경기도에서 잘하는 것 하나만 말하겠다. 경기도 연안 사항을 보니 도가 예산을 투입해 어부에게 쓰레기를 수거해 오면 보상하는 제도를 책정했다. 잘했다"고 밝히는 등 이 지사의 도정을 칭찬했다.
이에 이 지사는 "바닷속 쓰레기도 건져오면 돈을 줄 생각" 이라고 호응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항만을 청소하는 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 지사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데 생각을 못했다. 예산에 바로 편성하겠다"고 말하는 등 야당 의원과 나눈 대화라고 보기 어려운 훈훈한(?) 장면도 보여줬다.
이 지사는 부동산, 건설, 의료 등 핵심 정책들에 대한 설명을 하는 데에도 큰 방해를 받지 않고, 국감을 '도정 홍보의 장'으로 활용키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본격 질의에 앞서서는 "국감은 국가가 위임한 사안과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한 사안에 대해 (감사) 하는 것이다. 도민의 정치적 선택을 받은 도지사의 개인적 사정을 조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라고 선을 그었고, 결과적으로 이 지사의 전략은 뜻하지 않게 야당의 프레임과 시너지 효과를 내 '선방'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 측은 "개인신상의 질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마무리 됐다. 야당 의원들이 의외로 대대적 공세를 펴지 않았다. 덕분에 무리없이 선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