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전면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조치 후 법정관리 위기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봉합됐던 한국지엠 사태가 다시 수면위에 오를 전망이다.
◇ 한국지엠, 노조‧산은 반대에도 법인분리 강행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부평공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 신설법인 '지엠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노조가 주총이 예정된 장소 입구와 카허 카젬 사장실 앞을 봉쇄하는 등 저지에 나섰지만, 사측이 용역을 동원해 건물을 장악하면서 주총은 예정대로 열렸다.
주총 자체를 저지하려는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히는 바람에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려던 KDB산업은행 관계자들은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지엠 측은 이런 혼란을 틈타 산은 없이 지엠 임원을 주축으로 주총을 기습 개최해 안건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지분은 지엠 본사와 계열사가 76.96%, 산업은행이 17.02%, 중국 상하이차가 6%를 가지고 있다.
주총에서 법인 분리가 확정되면서 한국지엠은 기존법인인 '한국지엠'(생산·정비·판매)과 신설법인인 '지엠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R&D·디자인 등)로 분리된다.
한국지엠에는 생산직 근로자 등 1만명이, 지엠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에는 연구직 등 3천명이 소속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가 법인분리를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하나의 법인으로 있던 한국지엠을 '생산'과 '연구개발' 두 법인으로 나누는 것이 '먹튀'를 위한 회사의 '꼼수'라는 것이다.
이미 지엠 본사는 올해 2월 군산공장 폐쇄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시장에서의 철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자 2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어 군산공장 직원 2천명 가운데 1천명 가량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노조는 법인 분리로 인해 한국지엠의 생산 기능이 축소되고, 결국 군산공장 폐쇄 때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을 위한 수순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최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벌였고,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78.2%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도 쟁의조정신청을 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중노위 결정은 22일 나올 예정이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회사가 법인설립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중노위 결과와 관계 없이 파업을 불사하는 강경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