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연속' 마동석은 '마동석 장르'가 될 수 있을까

국내 주연급 배우들과 달리 스스로의 캐릭터성 강조해 '장르화'
"대작들 사이 의미있는 도전" VS "육체와 캐릭터성, 그 이상 발견해야"

영화 '챔피언'에서 팔씨름 챔피언으로 등장한 배우 마동석.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마동석은 지금 누구보다 뜨겁게 달리고 있다.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하는 마동석 주연 영화만 5편. 2.5개월에 한 번 씩 극장가에 마동석 영화가 걸리는 셈이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장르가 마동석'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스스로를 액션, 코미디 장르에 특화시킨 그의 행보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어쨌든 그가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고, 소처럼 일하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마동석은 5월 '챔피언'에서 팔씨름 챔피언으로 시작해 여름 성수기에는 '신과 함께-인과 연'의 성주신, 추석 시즌에는 '원더풀 고스트'의 유도관장 등 변신을 거듭했다. '마블리'(마동석에 '사랑스러운'이라는 뜻의 'Lovely'를 합친 말)라는 별명대로 마동석은 우락부락한 몸에 통쾌한 액션을 선보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깃든 캐릭터를 연달아 맡으며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해나갔다.


이제 11월에는 스릴러물 '동네 사람들'과 범죄물 '성난황소', 두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동석은 각기 '덩어리'로 불리는 곰 같은 체육교사와 납치된 아내를 구하려는 건실한 남편으로 분한다. 영화의 톤 자체는 이전 영화들보다는 어둡지만 마동석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와 큰 체형을 이용한 남다른 타격감의 액션은 여전하다.

이처럼 '마동석 신드롬'이 시작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 일이다. 마동석은 2016년 연상호 감독의 좀비물 '부산행'에서 특유의 강렬한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결정적으로 마동석의 운명을 뒤바꾼 영화는 단연 '범죄도시'라고 할 수 있다. 마동석은 지난해 추석 시즌 대작들 사이에서 '범죄도시'를 700만 흥행작으로 등극시키면서 타이틀롤 주인공으로 단번에 자리매김했다.

영화 속에서 그가 연기한 형사 마석도는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액션 그리고 따뜻한 마음과 결정적인 순간 정의감을 가진 캐릭터다. '정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회에서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는 이 통쾌한 캐릭터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조선족 비하 논란이 일기도 했던 '범죄도시'는 수많은 유행어를 탄생시키면서 그 해 가장 존재감 넘치는 영화가 됐다. 마동석은 이후 자신의 특장점을 살려 '마석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하고 있다.

배우 마동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뿐만 아니다. 마동석은 자신의 영화에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 단순히 시나리오를 선택해 배역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들이 바로 대표작 '범죄도시'를 비롯해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등이고, 이제 곧 개봉할 '동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스스로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마동석 장르'를 구축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마동석은 최근 '동네 사람들' 제작보고회에서 '마동석 장르'에 대해 묻는 질문에 "스스로 나를 생각하면, 배우로서 늘 부족하고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는 스타일의 배우는 아니다. 그래서 내 장점을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단 지금 영화도 기존과는 다른 얼굴로 연기한다"라고 자신의 지향점을 밝혔다. 장점은 끊임없이 개발하되, 디테일을 다르게 보여주면서 가겠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마동석의 행보는 상당히 독특하다. 국내 주연급 배우들 대다수는 이미지 변신에 도전하지만 마동석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장르화' 시키는 일에는 도전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배우들은 그것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여기거나, 스스로를 특정 캐릭터화시키는 작업을 경계한다. 그러나 과거 성룡의 영화들이 '성룡 영화'라고 불렸던 것처럼 마동석 또한 '한국의 성룡'이 될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 있을 수도 있다.

한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큰 영화들이 많이 주목받는 시장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장르화하는 도전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잘되기가 힘든데 그 와중에도 작품이 계속 나온다는 것 역시 마동석 캐릭터나 재미에 관객들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고 도전하는 단계이지만 대작 쏠림 현상에서 그의 행보가 하나의 활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범죄도시' 이후에는 이런 캐릭터성을 드러낸 영화들이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 중급 예산 규모의 영화라 손익분기점이 높지는 않지만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모두 관객수로만 따지면 당초 예상한 기준을 넘지 못했다. 마동석의 도전이 실질적인 결과를 내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마동석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면서도 "그런데 너무 육체와 캐릭터성으로만 활약한다. 관객이 마동석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육체와 캐릭터성을 넘어서는 '플러스 알파'를 찾아내야 하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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