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그가 바랐던 '정상국가의 정상 지도자'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홍보하고, 비핵화 의지를 효과적으로 내비칠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령체제' 유지를 위해 사실상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실상은 최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도 언급됐다. 태 전 공사는 "나는 어릴 때부터 종교는 나쁘다는 교육을 받았다"며 "북한 영화 <최학신의 일가>, <성황당> 등을 통해 반종교적인 성향을 키워왔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북한에선 종교 활동을 이유로 100여 명이 처형됐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2002년 유엔 인권위원회엔 자국 가톨릭 신자가 800명이라고 보고했다.
실제로 북에는 조선가톨릭교협회가 있으며, 이 밖에도 ▲ 조선불교도연맹 ▲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까지 4개 종교단체와 이들의 협의체인 조선종교인협의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나 헌법상으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실제론 수령 찬양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해 종교를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김일성·김정일 체제'에선 교황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시도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져 있다. 태 전 공사는 책에서 1991년 한국과 소련, 중국의 외교관계가 개선되자 "김일성은 김영남에게 관련 조치를 지시했고, 1991년 외무성 내에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한 상무조(TF)가 편성됐다"고 했다.
초청 시도 배경에 대해선 "(김일성은) 교황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뉴스를 보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북한에 오게 한다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지만, 이 두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선대가 이루지 못한 '교황 방북' 현실화를 앞두게 됐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끝에 벼랑 끝에 몰린 김 위원장이 교황의 방북을 '개혁개방'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종교가 없는 독재국가에서 종교와 인권, 평화의 상징인 교황을 초청했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자 중요한 결단"이라며 "비핵화를 하겠다는 배경은 결국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황의 방북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교황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힐 경우, 국제사회에 보다 신뢰감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으로선 교황 방북으로) 정상국가의 정상적 지도자상을 부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황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 비핵화 진전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제재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