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을 공식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교황청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집전으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 직후 가진 연설에서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늘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고도 했다.
또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되고,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며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의 전당'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바티칸 파롤린 국무원장 집전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가 진행됐고, 이 자리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반도 분단 극복과 비핵화 의지를 재차 밝힌 셈이다.
한국 대통령의 교황청 미사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며 미사 직후 연설도 마찬가지다.
교황청 측은 "특정 국가 정상이 미사 직후 연설하는 것은 교황청의 역사가 길어서 과거 사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최근엔 전례가 없다"며 "아주 특별하고 이례적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없는 연설 기회를 활용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교황청 차원의 지지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기독교와 유럽 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줬다"며 "유럽연합이 구현해온 포용·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변화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 9월 나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고,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다"며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있고, 지뢰도 제거하고 있다. 무력충돌이 있었던 서해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다"며 "교황 성하께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교황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 교황청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짚었다.
문 대통령은 "교황청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해 한반도 평화를 강력 지지했고, 교황 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하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다"며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 중인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희망을 주신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가톨릭의 고향,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미사를 올리게 돼 참으로 기쁘다"며 "한반도 평화기원 특별미사를 직접 집전해 주신 국무원장님, 그리고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교황청 관계자들께 한국민의 마음을 담아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역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반세기 전인 1968년 10월 6일, 이곳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한국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고, 한국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대성당에 최초로 울려 퍼졌다. 500여명의 한국 신자들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며 "한국은 지금 103위의 순교성인을 배출한 국가로서 한국의 순교성인 수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라고 소개했다.
또 "교황 바오로 6세는 '한국교회의 훌륭한 표양(드러내 찬양함)을 본받으라' 말씀하셨고, 한국은 선교사들에 의하지 않고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됐다고 하셨다"며 "한국 가톨릭교회에 부여된 큰 영광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다"며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줬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국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은 사회적 약자와 핍박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켰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때로는 거리에 서기도 했다"며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저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