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포문을 여는 영화는 스티븐 슈나이더 제작의 영화 '마라'다. 할리우드 공포 영화계의 거물 스티븐 슈나이더는 제이슨 블룸과 함께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인시디어스' 시리즈, '23아이덴티티' 등 흥행작들을 연달아 배출해 낸 스타 프로듀서다.
'마라'는 수면 중 돌연사하는 의문의 사건을 조사하다가 잠들면 찾아오는 죽음의 악령 '마라'의 존재를 깨닫고 그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수면'이라는 소재를 공포와 접목시켜 타 영화들과 차별화된 실제적인 공포를 선사할 계획이다.
오는 31일 할로윈을 맞아 개봉하는 공포 영화도 있다.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한 영화 '할로윈'이다.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인기를 모은 블룸하우스 제작 영화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이미 '할로윈'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할로윈'은 할로윈 밤의 살아 있는 공포로 불리는 마이클 마이어스가 40년 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여자 로리 스트로드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서양에서 할로윈은 어린 아이들이 유령 분장을 하고 즐겁게 즐기는 축제다. 언제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블룸하우스 작품답게, 이번에는 이 유쾌한 축제를 어떻게 영화 속에서 탈바꿈 시킬 것인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11월에 만나는 '여곡성'은 간만에 개봉하는 국내 공포 영화라 더욱 반가운 손님이다. 한국 공포 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986년 작 '여곡성'을 리메이크한 영화로, 현대에 맞게 재해석 된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의 배경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한 저택이다.
우연히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 분)은 비밀을 간직한 정경부인 신씨를 만나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섬뜩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진실을 찾아나서는 옥분과 비밀을 지켜내려는 신씨 부인, 두 인물들 사이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최근 잘 제작되지 않았던 한국형 공포 영화, 거기에 여성 배우들이 중심에서 펼쳐나가는 이야기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한 때 충무로에서도 '여름' 시장에는 공포 영화가 대세이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공포 영화 열풍이 불었고, 한국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받는 공포 영화들이 이 시기 대거 탄생했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연 한국 공포 영화의 르네상스는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여름 성수기 시장을 점차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점령하면서 공포 영화가 설 자리는 사라지게 됐다.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시즌'에 맞게 개봉하는 전략을 내려놓고, 통상 비수기로 불리는 5~6월이나 10~11월 개봉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흥행이 더 이상 담보되지 않자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급격하게 축소된 공포물 제작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제 더 이상 공포 영화에는 시즌이 중요하지 않다. 과거 공포 영화 시즌이었던 여름에는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깔려있는데 공포 영화가 그 시즌에 상영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 산업 논리에 의한 배급 스케줄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이 같은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영화 자체가 장르적으로 재미있는 것이 중요하지 별로 시즌 영향을 받지 않고, 그게 무의미해졌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우선 배치되니 공포물의 경우에는 그 나머지 틈새로 들어가는 거다. 그들이 (상영 시점을) 선택하기도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개봉을 앞둔 '여곡성'의 배급사 또한 '공포 영화=여름'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 배급사 관계자는 "'공포 영화=여름'이라는 공식은 깨진 것 같다. 최근 봄, 가을에도 지속적으로 개봉하고 있는 추세고, 그런 가능성을 '곤지암' 등 작품들이 보여줬다"면서 "공포 영화의 타깃이 10대들인만큼 수능까지 바라보고 11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늦가을에 배급 스케줄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