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의 역습 "돈을 학부모에 지급하라"…무슨 꼼수?

논란 속 갑작스런 직접 지급 요구?
횡령죄 피하려는 꼼수 논란


'사립유치원 비리'의 중심에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연일 수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반성한다는 내용과 함께 '누리과정비는 사립유치원에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왜 한유총은 '학부모 직접 지원'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한유총의 '누리과정비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되어야 하는데 현재 교육부에서는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비를 지급하고 있으니 즉시 시정하라'는 내용을 입장문에 담았다.

한유총의 주장처럼 현행 유아교육법 제24조 제2항에는 '무상으로 실시하는 유아교육(초등학교 취학 직전 3년)에 드는 비용'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유아의 보호자에게 지원'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누리과정비는 보호자인 부모에게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교육부는 학부모가 아닌 사립유치원에 직접 유아 1인당 지원비를 입금해주고 있다.

사립유치원에 지급하는 것에 대해 한 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고민 끝에 유치원에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립유치원(6만 원)과 사립유치원(22만 원)의 원생 1인당 지원금이 다르기 때문에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똑같은 금액을 지원해 줬는데 아이가 공립유치원에 들어오게 되면 금액이 축소돼 형평성 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할 경우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문제도 막기 어렵다.


사진=한국유치원총연합회 입장문(기사 내용) 캡처.

한유총이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을텐데 지금 시점에서 이야기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지난 판례에서 찾을 수 있다.

보육지원금이 정부가 아니라 학부모를 거쳐 유치원으로 들어가면 부정사용 시에도 '횡령죄' 적용이 불가능하다.

17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 A씨는 남편을 어린이집 운전기사로 허위 등록해 급여를 타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학부모에게 지급된 지원금이 학부모를 통해 어린이집으로 들어갔을 경우 이를 '정부 보조금'으로 보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한유총의 주장은) 감사를 피하고자 학부모를 통해 지원금을 받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유치원에 직접 지급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의 맹점은 또 있다. 사립유치원에 '보조금'이 아닌 '지원금' 성격의 국고지원이 이루어져 횡령죄 적용이 어려운 것이다.

한유총은 "사립 유치원 비리를 검찰에 고발한 결과 대부분은 무혐의 판결이 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용진 의원은 "(형사처벌이 어려운 것은) 현행법의 한계"라고 반박한다.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전국 사립유치원 운영자·원장들의 협의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회원들이 박 의원에게 토론 주제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현행 유아교육법에서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고지원이 '지원금' 명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원금은 어떻게 써도 개인의 판단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횡령죄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지원금이 아니라) 보조금 성격으로 변경하면 횡령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제대로 된 감사와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 등의 개정안을 국회 법제실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도 지원금을 사적으로 쓴 사립유치원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는 등의 방안을 다음 주 중 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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