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통합' 꿈꾸지만…현실은 '홍준표 VS 친박' 싸움판

한국당 당권경쟁, 인물難 속 계파갈등 ‘구태’ 반복
통합 대상 바른미래 '조롱'…"일베와 대통합 할 거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홍준표 전 대표가 복귀를 암시하고, 친박계가 응징을 벼르는 등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에서 계파 간 대결구도가 다시 작동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까지 포함하는 야권 통합 구상을 연일 띄우는 가운데 장애물만 높아지는 셈이어서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묵은 '친박 VS 비박' 갈등구도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입당이 급증하는 데서 조짐이 감지된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여전히 불복하는 세력이다. 책임당원으로 가입하면 친박계 주자를 당선시킬 '실탄'으로 작용하게 된다.

전대가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러지게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확실한 승리를 담보받기 위한 친박계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처럼 박 전 대통령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구원투수'를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구심점 없는 非朴, 출마 벼르는 홍준표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로 들어섰다. 하지만 뚜렷한 혁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문제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홍 전 대표의 출마 움직임이 그런 사례다.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YS(김영삼), DJ(김대중)가 선거에 졌다고 모든 것이 끝냤느냐"고 되물었다. "지금은 모두 힘을 합쳐 나라 체제 변경을 시도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때"라며 "내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시급한 일은 보수·우파 진영이 재집권 할 수 있는 기반을 새롭게 닦는 일"이라고 말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당 안팎에선 홍 전 대표의 복귀 예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으로 붕괴된 체제를 비대위가 대신했으나, 비대위가 끝난 뒤 결론은 다시 '홍준표 체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 득표율과 및 지방선거 당 지지율 등이 20%대가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선거 패배의 책임자로 지목하는 여론에 불편해했다.

홍 전 대표는 작심한 듯 17일에는 두 건 연이어 SNS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동지의식은 간 데 없고, 계파의식만 있다"며 당내 상황을 비판했고, 2011년 전대와 2012, 2014년의 경남지사 후보자 당내 경선 등 자신이 친박계에 맞서 승리한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에게 활동의 공간을 허용한 것은 현 비대위가 제대로 된 혁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총리 등에 입당을 타진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의 인물들이 '혁신 부재'를 이유로 고사하면서 통합 전대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 親朴, 키(key) 플레이어는 김진태 아닌 황교안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자료사진. (사진=박종민 기자)

친박계는 '통합' 흐름을 역이용해 오히려 당원을 늘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고, 탈당했던 인사들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주장을 펴며 통합전대 기류를 오히려 계파 증식의 계기로 삼고 있는 셈이다.

한 당직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강경 친박계가 지난 9월부터 태극기 부대들의 정당인 대한애국당원을 대상으로 한국당의 책임당원으로 입당하라는 영입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대 출마자로 거론되는 김진태 의원의 '호소문'이라고 적시된 문건에는 '입당 호소'의 내용과 함께 "홍준표, 김무성, 김성태 같은 인간들은 틀렸다, 안 된다(…) 야당은 망할 것(…) 당 대표가 되느냐, 마느냐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이다. 도와달라"라고 적혀 있다.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전대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이 되기 위해선 3개월 간 당비를 납부해야 하니 9~10월 사이 입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의 한 측근 인사는 해당 문건에 대해 김 의원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지지자가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의원이 홍 전 대표와 비박계에 맞서 '반(反) 탄핵'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 전대의 메인 이벤트는 황교안 전 총리의 출마 여부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 김무성 의원, 오세훈 전 시장 등 누구와 대진표를 짜도 이길 수 있는 필승카드"라면서도 "지금 등판하는 것이 맞는지, 체력을 아꼈다가 후년 총선 직전인 내년 하반기에 링에 오르는 것이 맞는지 전략이 약간 엇갈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지난 출판 기념회를 계기로 정치적 접촉면을 넓히는 가운데 정계 데뷔는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 '보수-탄핵주도' 바른미래 "한국당, 차라리 일베와 합쳐라"

한국당의 친박 색채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짙어지면서 한국당으로부터 통합 대상으로 지목된 바른미래당은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황 전 총리 등판설(說)이 퍼지면서 당초 복당 희망자로 분류됐던 의원들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바른미래당 자강파(自强派)는 '통합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손학규 대표는 전원책 한국당 조강특위위원장이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 대상'이라고 언급한 것을 지목, "수구세력의 몸집 불리기"라고 혹평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아예 "이왕 태극기 부대하고 하는 김에 이란성 쌍둥이 일베(극우주의 인터넷 커뮤니티)하고도 대통합하겠다고 선언하길 바란다"며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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