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원들의 제보와 전날 온라인 실태조사를 통해 수집한 사례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남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선 원장이 새 교구와 가전제품을 집에 가져가고 어린이집엔 쓰던 걸 갖다 뒀다는 노조원의 제보가 있었다.
경기 지역의 한 공공형 어린이집에선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린 원장의 남편이 오후 2시에 퇴근하고 나면 보육교사 1명이 오후 6시까지 9명의 아이를 돌보며 기저귀 하나 갈아주기 쉽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보육교사 228명이 앞다투어 관련 증언에 나섰다고 노조는 밝혔다.
정원이 50명인 어린이집에서 두부 2모로 모두의 국을 끓이는 걸 봤다거나 이중 식단표를 작성해 배부용과 원내 보관용을 따로 뒀다는 증언도 이어졌다고 한다.
새 교구를 샀다며 가짜 영수증을 받아 지자체에 신고했지만, 실제 교구나 장난감은 재활용 쓰레기를 찾아 주워왔다는 증언도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이현림 대표지부장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소규모 일터에서 공익제보를 하기 위해선 일자리 자존감 모두를 버려야만 하고, 그 이후에도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돼 염치없지만 교사들은 목소리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회서비스공단 설치 등을 예로 들며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비위 사실이 공개됐을 때 책임 주체를 확실히 하고, 원장의 횡포에 조금이라도 제동을 걸 수 있게 하기 위해 서울시 사회서비스계획 등에 보육 분야를 포함해야 한다"며 "어린이집 교사들이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도록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김호연 비리고발센터장 역시 "보육은 공공재"라고 강조하며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아이들 급식비, 교사 인건비 등 예산 전달 체계를 개편하고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초과 보육 폐지 등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 같은 문제가 국공립과 사립을 불문한 공통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진숙 보육전략조직사업단장은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의 7%밖에 안 되는데도 대부분 민간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며 "원장이 지자체에 운영과 회계 내역을 보고하는 업무전달시스템을 독점해 교사는 원장의 손을 통하지 않고는 공문 한 장 받을 수 없는 사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