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두 번째 일요일인 지난 14일 단풍구경에 기분전환도 할 겸 설악산을 찾았던 박모(45·속초시 조양동)씨는 힐링은커녕 심한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왔다.
등산로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이 힐링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차량정체 때문에 주차장까지 가는데도 힘들었는데 탐방로에서도 넘쳐나는 등산객 때문에 거의 떠밀려 가다시피 발걸음을 옮겨야 해야 했다"며 "등산로가 시장통보다 더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사람이 비켜가기도 어려운 등산로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일행끼리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걷는 등산객들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좁은 등산로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산객들로 지정체가 빚어지고 경고 팻말에도 불구하고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가는 행위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모처럼 떠난 박씨의 단풍산행은 어떻게 단풍을 구경했는지도 모르게 끝나고야 말았다.
박씨의 지적처럼 단풍이 절정에 달한 설악산에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혼잡과 등산객들의 꼴불견이 올해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우선 등산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휴일은 올해도 새벽부터 공원입구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오색탐방지원센터와 백담탐방지원센터, 소공원입구는 등산객 입장이 허용되는 새벽 3시부터 몰려드는 등산객과 차량으로 큰 혼잡을 빚고 있다.
비좁은 등산로에서 마주 오는 사람이 제대로 지나갈 수 없도록 여러 사람이 무리 지어 걷는다던가,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등산객들은 매너 없는 행동은 올해도 여전하다.
끝에 날카로운 쇠붙이가 붙어 있어 자칫하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등산스틱을 아무렇게나 들고 다니며 주변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등산객도 도처에서 목격된다.
골절과 추락 등 각종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국립공원에서 음주가 금지됐지만, 역겨운 술 냄새를 풍기는 등산객도 쉽게 볼 수 있다.
술 냄새를 풍기는 등산객들은 대부분 단체 등산객들로 물통 등에 술을 담아와 음주 금지 구역이 아닌 곳에서 이를 마시다 보니 공원사무소가 적발하거나 통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데도 단속의 눈길을 피해 버젓이 계곡에 들어가 발을 담그고 세수를 하는가 하면 계곡 물에 양치질하는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도 눈에 띄고 있다.
조금이라도 평평한 바위가 있으면 여지없이 돗자리를 펴고 식사를 즐기는 등산객, 바위틈에 은근슬쩍 쓰레기를 버리는 등산객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 하산 후 주차장에 모여 앉아 하산주를 마시는 단체 등산객도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박씨는 "하루 동안 산행을 하면서 꼴불견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고 불쾌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며 "단풍철마다 반복되는 추태가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