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오르후스대학의 고생물학자 매트 데이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포유류의 생물 다양성을 현대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으로 돌려놓는데 500만~700만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밝혔다.
생물 다양성을 50년 뒤 현재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만 300만~500만년이 소요되는데 이마저도 인간이 포유류 서식지 파괴를 중단하는 등 최상의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구는 지난 4억5천년 간 자연재해 등으로 서식 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동·식물이 멸종하는 5차례의 격변을 겪었으며 그때마다 진화를 통해 새로운 종(種)이 빈자리를 메워왔다.
현재는 환경 변화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나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진화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포유류와 인류 출현 뒤 사라진 멸종 포유류의 크기와 진화 등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를 입력하고 과거와 미래의 멸종으로 잃게 되는 진화의 시간과 이를 복원하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산출했다.
검은 코뿔소를 비롯한 멸종위기 포유류들은 앞으로 50년 이내에 지구에서 사라질 위험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며, 아시아 코끼리도 금세기 이후에도 살아남을 확률이 33%가 안 되는 등 많은 대형 포유류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뾰족뒤쥐처럼 종이 다양한 경우에는 한 종이 멸종하더라도 진화를 통해 공백을 메울 수 있으나, 코끼리 코를 가진 라마를 닮은 남미의 '마크라우케니아(Macrauchenia)'처럼 비슷한 종이 없을 때는 멸종과 함께 진화 계보에서 완전히 사라져 생태적 기능도 상실하게 된다.
데이비스 박사는 "약 1만년 전 멸종한 자이언트 나무늘보와 스밀로돈 등과 같은 거대 포유류는 진화상 매우 독특하다"면서 "이들과 비슷한 종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멸종은 곧 지구 진화 나무에서 아예 잘려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물 다양성은 나중에 복원하는 것보다는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가 훨씬 더 쉽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포함해 거대동물을 연구해온 오르후스대학의 젠스 크리스티아 스베닝 교수는 "인류는 한때 거대 동물 세계에 살았지만, 이제는 큰 동물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면서 "코뿔소나 코끼리 등과 같은 얼마 남지 않은 거대 동물도 매우 빠르게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