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이번주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현재까지도 국내에서는 예멘인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이 많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15일 20년 넘게 예멘을 연구한 뉴욕대학교 아부다비 캠퍼스 나탈리 포이츠 인류학 교수를 만나 예멘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천주교 제주교구이주사목센터 ‘나오미’에서 만난 포이츠 교수는 “예멘인들이 명분 없는 내전 상황에서 강제징집을 피해 고국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멘 난민 신청자 중에 젊은 남성이 많은 부분에 대해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장남만을 타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또 유럽에서 발생한 난민 폭동 등의 사태 발생 우려에 대해선 “유럽의 경우 식민지 지배 등 과거부터 긴장 관계에 있어서 발생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다수의 선진국이 난민 지원에 대해 손을 놓는 상황에서 한국의 지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예멘 문화가 여성에게 적대적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수십 년 동안 홀로 예멘을 다녀봤지만, 성폭행을 당하는 등 우려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칼·총기 소지 논란에 대해선 "예멘에서는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칼 등을 차고 다니는 문화가 있다"며 "전쟁이 일어났을 때만 사용하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포이츠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가.
지난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예멘에서 문화와 사회구조, 관습, 종교에 대해서 연구했다. 2013년 내전이 일어나면서부터는 예멘 난민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주에서 예멘인 500여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해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현재 예멘인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 현재 예멘 상황은 어떤가.
내전으로 병원이 문 닫고 식량 생산이 어려워 인구 2800만 명 중 800만 명이 질병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많은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다.
▶ 한국인들은 예멘인들이 내전이 일어났는데도 고향을 등지고 떠난 부분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한다.
2010년 아랍의 봄으로 중동에서는 민주주의 혁명이 전개됐다. 예멘 역시 부패한 정권에 수많은 청년들이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부패한 후티 반군이 개입했다. 현재 내전은 부패한 두 세력끼리 싸우는 과정에서 사우디, 이란 등 외세가 개입된 굉장히 복잡한 전쟁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확실한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떠나는 거다.
특히 예멘 난민들 대부분이 민주주의 혁명 당시 활발하게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이들 모두 블랙리스트에 올라 예멘을 떠날 수밖에 없다.
▶ 현재 예멘 난민 신청자 대부분이 ‘젊은 남성’이다. 왜 그런가.
현재 후티 반군과 정부군이 남자만을 강제징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 가정에서는 모든 가족들이 다른 나라로 피신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장남’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있다.
그들이 그나마 딸들이나 어린 아들들보다 경험이 있고, 교육을 더 받아서 타국에서도 안전하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적으로 그동안 여성 혼자서 여행하는 경우가 없었다. 가부장적인 예멘 사회에서는 남편이나 형제들 동행 없이 여성 혼자서 여행하는 일을 불명예스럽게 생각한다.
또 과거부터 기근이나, 정치적 불안정성이 있을 때에는 남성들이 외국으로 떠나서 돈을 벌어오던 문화가 있었다. 남자를 보내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 아랍의 문화가 여성에게 ‘적대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한국인들도 이 부분을 굉장히 우려한다.
예멘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다. 대체로 여성은 교육이나 직업의 기회가 남성에 비해 없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어린 나이에 결혼시키는 조혼 문화도 있다. 교육을 잘 못 받기도 했고, 가난한 경우가 많아서 결혼 지참금을 받기 위해서 그러는 거다.
그러나 현재 많은 여성들이 문제 제기하고 있고, 매스컴에서도 이 문제를 조명하는 등 전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다만 여성에 대해서 성폭행을 쉽게 저지른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있는데, 그렇진 않다. 연구를 위해 예멘 각지를 수십 년간 홀로 다녀봤지만, 그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다.
▶ 최근 예멘 난민 신청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기‧칼 소유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내전이 발발하기 오래 전부터 예멘에서는 칼을 차고 다니던 문화가 있었다. 장식용이거나 신분을 나타내는데 특히 어느 부족에 속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시다.
특히 부족들끼리 싸울 때에도 현대전처럼 바로 싸우지 않는다. 서로 ‘시’를 보내며 부족의 의사를 밝히고, 해결되지 않으면 공포탄을 쏜다.
이렇게도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때 돼서야 전쟁을 시작했다. 굉장히 평화적인 방식이다.
▶ 예멘인들이 현재 1차 산업에 한정해 제주에서 일하고 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앞으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에 온 대부분의 예멘 청년이 학생이거나 3차 산업에서 일했었다. 한 번도 육체노동을 해보지 못해서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 현재 난민 심사 중이어서 언제 쫓겨날지 몰라 소극적일 수 있다. 난민 심사 결과에 따라 한국 체류가 확정되면 열정적으로 직업도 찾고, 한국어도 배울 것이다.
특히 한국기업들도 이들이 대부분 고급인력이기 때문에 중동 지역에 수출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이슬람 관광객들을 위한 할랄푸드 음식점도 차릴 수도 있다.
▶ 중동 난민을 받았던 유럽에서 폭동, 강력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이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예멘에 대해서는 무비자 입국을 제외해서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 또 난민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유럽과 다르게 예멘인은 500명에 그치지 않나.
특히 유럽의 경우 아랍 사람들과 옛날부터 식민지배, 차별 등 어느 정도 긴장이 있었다. 한국은 그런 긴장은 없지 않나.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제주에서 예멘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돕는 도민들도 있다.
제주에 와서 많은 도민들이 예멘인들을 도와주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난민에 대해 국경을 닫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두드러졌다.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 주요 언론에서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해서 보도하는 등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이번 기회에 도덕적인 세계 리더로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민에 대해 굳게 걸어 닫힌 문이 열려 전 세계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보다 포용적인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 긴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주 중으로 예멘 난민 신청자 458명에 대한 심사 결과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1차 발표에서는 영유아 동반 가족, 미성년자 등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가 나왔다.
나머지 신청자들도 앞서 결정이 나온 예멘인들처럼 현재 내전 상황 때문에 인도적 체류 허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