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20분쯤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관련해 국민들께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법원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동료나 후배 법관들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농단 의혹 최종 지시자가 본인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인가', 'USB에서 재판거래 의혹 문건이 나왔는데 독단적으로 시행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는 "조사 받는 입장에서 검찰 수사에서 답하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대답을 아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의 숙명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을 작성·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2013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이 청와대 의중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외에도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외교부의 입장을 고려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거나 재판을 지연하기 위해 행정처와 협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임 전 차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소송 관련 서류 대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고용노동부가 효력집행정지 소송 재항고 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는 과정에 임 전 차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은 2016년 법원행정처가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혐의와 관련해 법리검토에 나선 정황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과 함께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하고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법원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임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맡았던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가 진행 중이던 특허 소송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넘겨준 의혹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압수수색을 통해 임 전 차장의 USB를 확보해 수사를 이어왔다. 해당 USB에는 임 전 차장이 행정처에 재직할 당시 작성하거나 보고받은 재판거래 의혹 문건 다수가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대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 대해서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