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시철 대장(산악인)
히말라야 등반 도중에 사망한 한국 원정대원 5명. 네팔인 가이드까지 하면은 총 9명이죠. 원정대 시신들 이제 카트만두 병원으로 안치가 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어제 시신 수습을 하러 간 관계자들이 모두 놀랐다고 해요. 당초에 눈 돌풍, 눈사태. 이런 게 사고 원인이었을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막상 가 보니까 눈은 전혀 없었고 마치 푸른 초원을 연상케 하는 화창한 날씨에 화창한 주변 환경이었던 겁니다. 이렇게 되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더 필요한 거 아니냐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사실 이 사건이 더 안타까운 건 이 원정대를 이끌고 있는 고 김창호 대장.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높이 14개의 봉우리를 무산소로 등반한 세계 최단기간 안에 모두 오른 기록을 가진 아주 대표적인 산악인이었고요. 거침없는 도전 정신으로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안타까워하는 겁니다. 김창호 대장과 30년 가량 인연을 이어오신 지인. 산악인 노시철 대장을 오늘 연결을 해 보죠. 노 대장님, 나와 계세요?
◆ 노시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 김창호 대장하고는 30년 정도 알고 지내오셨다고요?
◆ 노시철> 네. 30년 거의 다 됐습니다.
◇ 김현정> 사고 소식 듣고는 누구보다 놀라고 믿기지 않고 그러셨겠어요.
◆ 노시철> 네. 그날 하루가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꿈인지 생시인지도 그런 생각도 들고요. 지난 일, 생각이 스크린처럼 지나가고. 비통한 마음입니다.
◇ 김현정> 그 사고 현장을 아마 노 대장님도 보셨을 텐데, 화면을 통해서. 이게 눈 돌풍 때문에 일어난 사고가 맞을까요?
◆ 노시철> 저도 아주 그 현장을 사진으로 이렇게 보니까 의아하더라고요. 정말로 이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인지. 베이스캠프에서 이상은 없는 상황으로 판단되는데 이렇게 휩쓸려 갔다는 것이, 골짜기로.
◇ 김현정> 이분들이 다 떨어져서 돌아가신 거거든요, 지금 캠프가 뒤집어지면서. 그런데 주변의 위아래, 옆 어디를 봐도 눈이 없던 상태더라고요. 해발 3500m 아주 낮은 고도, 아주 안전한 곳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였기 때문에. 이게 눈이 어디서 떨어져서 눈사태를 맞았거나 어디서 눈 돌풍이 불었다라고 하기에는 너무 환경적으로 맞지 않아서 말입니다. 보신 적은 있으세요, 이런 경우를?
◆ 노시철> 없죠, 지금까지는. 하단의 베이스캠프까지 눈이 없는 곳에 눈이 내려온 것은 처음 본 거죠.
◇ 김현정> 눈이 내려왔다고 지금 볼 수가 없어요. 눈이 하나도 없어요, 하루 만에. 하루 만에 다 녹았을 리는 없는데 전혀 눈이 없기 때문에 조사가 좀 필요하네요.
◆ 노시철> 네, 그렇죠. 천재지변이 어느 곳에나 일어나는 곳은 다 일어나지만 이 상황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한 번도 산악 인생에서 보신 적이 없는 상황. 이건 분명히 사고 원인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이고요. 그나저나 이 김창호 원정대가 떠난 구르자히말이라는 곳. 저도 그렇고 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그 위험한 곳을 굳이 왜 가야 했을까. 이미 알려진 루트로 등산하시면 안 되는 건가? 새로운 루트를 개척한다는 게 산악인들한테 어떤 의미일까. 정확히는 이해가 안 가거든요. 그게 어떤 의미길래 계속 새로운 루트, 험한 곳을 도전하는 건가요?
◆ 노시철> 쉽게 이야기하자면 가이드 등반을 저희들이 많이 다니잖아요. 길이 나는 곳에 저희들이 등반을 했지 새로운 개척의 길을 가는 등반은 지금까지 좀 없었어요, 한국인 등반사에. 우리 김창호 대장은 지금까지 히말라야의 발 닿지 않는 곳을 많이 한 5, 6개 정도 자기가 개척해서, 코리안 루트를 계속하고 있는데. 항상 산은 거기에 있는데 우리 인간이 마음이 바쁘잖아요. 김창호 대장은 그 생각을 벗어나서 인간의 한계보다는 새로운 길을 내려고 하는 그런 의지가 대단하죠.
◇ 김현정> 빨리빨리 한 번이라도 더 정상을 찍자.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계를 깨는 도전. 이런 것을 가치 있게 산악인들은 본다, 이런 말씀.
◆ 노시철>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루트 개척에, 인간 한계에 대해 계속 도전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전에도 꽤 많이 닥쳤을 것 같네요. 어떻습니까?
◆ 노시철> 정말 많죠. 우리 김창호 대장은 14좌를 무산소로 하지 않았습니까? 파타고니아 등반을 같이 갔을 때 거기도 바람이 참 많이 부는 나라인데. 그날도 바람이 너무 불기 때문에 동상이 많이 걸려 오더라고요. 한 팀이 다 동상이 다 걸려서 다 얼어가지고. 그날에도 등반을 마지막 세 번 정도 출발을 하고 다시 또 내려오고.
◇ 김현정> 돌아오고, 돌아오고.
◆ 노시철> 그 다음 날 등반 끝났다고 하면서 그때 점퍼를 하나 걸어놓고 나한테 우스갯소리로 추워서 혼났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랬던 경험도 기억나시고. 김창호 대장이 이번에 떠나기 전에 혹시 연락을 좀 주고받으신 적이 있습니까?
◆ 노시철> 네. 등반 잘하고 오겠습니다 하고. 제가 남원에서 거주를 하고 있는데요. 이순신 종군길이라고 길이 하나 생겼어요, 작년부터. 우리 김창호 대장과 그 길을 같이 가자고 하는 약속을 했었거든요. 가슴이 많이 아픈 거죠.
◇ 김현정> 이번 루트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셨어요?
◆ 노시철> 김창호 대장은 뭐 항상 담담하죠. 항상 형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 이야기가 답인 거죠.
◇ 김현정> 형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게 마지막이었네요.
◆ 노시철>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참 워낙 산악인들한테, 많은 선후배들에게 다 존경받는 이런 산악인이었기 때문에 지금 뭐 산악계 전체가 다 비통해하고 있고. 일단은 베이스캠프가 조난을 당해서 등반대원 전체가 사망한 사건이 우리 산악 역사상 처음이라면서요, 대장님?
◆ 노시철> 네.
◇ 김현정>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 정확한 진상 규명이 돼야 되겠네요.
◆ 노시철> 그렇죠. 가 보지는 못했지만 항상 마음으로.. 그리고 있죠.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그리고 인간 한계에 도전하고자 했던 우리 산악인 김창호 대장 그리고 함께했던 유영직, 이재훈, 임일진, 대원. 정준모 이사. 깊이 애도하면서 오늘 인터뷰 줄이겠습니다. 노 대장님, 고맙습니다.
◆ 노시철> 감사합니다.
◇ 김현정> 김창호 대장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산악인입니다. 노시철 대장 만나봤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