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순영 (경기교육청 대표시민감사관)
지난주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에 대한 국정 감사 과정에서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가 됐죠. 지금 그 파장 일파만파입니다. 5년치를 따져봤는데 무려 1800여 개 유치원이 크고 작은 비리로 5900여 건 적발됐답니다. 금액으로는 무려 269억 원이 적절치 못하게 사용됐다는 겁니다. 원비로 원장 아파트의 관리비를 냈다든지 명품백을 샀다든지 심지어 성인 용품을 사는 항목. 이런 것들이 나온 데 대해서는 정말 충격적이기까지 한데요. 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 실태까지 전수 조사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여론의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박용진 의원 또 유치원 측에 대해서는 지난주에 저희가 인터뷰를 했었고요. 오늘은 이번 감사 현장에 직접 투입됐던 분을 통해서 좀 생생한 얘기를 들어보죠.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으로 경기도 내 사립 유치원 운영 실태를 감사한 분이세요. 최순영 대표 시민감사관. 전 국회의원이죠. 연결해 보겠습니다. 최순영 감사관님, 안녕하세요?
◆ 최순영>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그러니까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는 전국을 망라한 건데 우리 최 감사관님은 그 가운데 경기도교육청 감사에 참여를 하신 거죠?
◆ 최순영> 그렇죠. 경기도를 했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전국 1878곳에서 비리 5900여 건이 적발됐다. 일단 이게 사실입니까?
◆ 최순영> 네, 사실이죠.
◇ 김현정> 저는 제 눈을 의심했어요. 1878곳이 적발이 됐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지금 놀라고 계시는데요. 경기도에서는 사립 유치원은 몇 곳이고 그중 몇 곳을 감사하셨습니까?
◆ 최순영> 경기도에서는 2016년도부터 유치원 특정 감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92곳을 감사를 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한 96억 원을 보전 조치를 했습니다.
◇ 김현정> 96억 원을 보전 조치를 했다는 얘기는, 96억 원이 잘못 사용됐더라?
◆ 최순영> 그렇죠.
◇ 김현정> 그 얘기는 좀 차근차근히 다시 풀어가도록 하고 감사 과정에서 느끼신 사립 유치원들의 운영 실태. 총평을 하자면 어떤 느낌이셨습니까?
◆ 최순영> 한마디로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되는 곳이구나. ‘국가가 해 주는 돈은 다 내 돈이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사람들이.
◇ 김현정>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되는 곳이었구나’ 이런 느낌?
◆ 최순영> 감사를 하러 가면 노골적으로 그래요. ‘국가가 지원해 줬으면 내 돈이지. 내 돈인데 내 마음대로 쓰는데 왜 그러냐. 이게 무슨 문제냐.’ 이렇게 반문을 하고 있습니다, 원장님들이.
◇ 김현정> 사실은 지난주 저희가 사립 유치원 측의 인터뷰를 했을 때도 그 부분이 제일 강력한 반론이었어요. 우선 그 답변 주시기 전에, 어떤 사례들을 보면서 참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됐구나. 어떤 부분을 보면서 그렇게 느끼셨어요?
◆ 최순영> 교구 재료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서 엄청난 돈이 나갔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최순영> 그 업체가 누구냐 하면 원장입니다. 자기가 그걸 해요. 그리고 자기 남편이 사업을 하고요. 그다음에 친정 남동생이 하고. 그렇게 해서 돈을 19억을 빼갑니다.
◇ 김현정> 부풀리는 형식인가요?
◆ 최순영> 부풀리는지 그걸 했는지조차도 우리는 알 수가 없죠. 그리고 그 업체는 예를 들어서 교구 재료 업체라고 하면 매입 매출이 있어야 되고 국세청에 신고를 해야 되지 않습니까? 전혀 그렇게 된 것이 없어요. 아무런 증거도 없이 ‘구입했다’고 하면서 한 3-4년 동안 19억을 빼가고, 또 다른 지역에 그런 유치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여기는 올케, 시누 사이인데 거기에서도 또 13억을 빼갔어요.
◇ 김현정> 그런 경우에는 500만 원어치 교구 재료를 받고 500만 원을 가족들이 가져간 건지 아니면 아예 그냥 돈만 갔는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서. 전혀 그것조차 지금 알 수 없는 거군요?
◆ 최순영>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국세청에다가 신고해 놓은 상태입니다.
◇ 김현정> 또 어떤 사례들이 있었습니까?
◆ 최순영> 그리고 ‘아이들 약품을 산다’ 그래서 영수증을 하나하나 보면 무좀약이 있다거나 가스활명수가 있다거나.
◇ 김현정> 무좀약이요?
◆ 최순영> 네.
◇ 김현정> 아니, 아이들 중에 글쎄요. 더러 부모님한테 무좀이 옮는 경우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이지는 않네요. 상식적이지는 않네요. 유치원에 상비약으로 무좀약.
◆ 최순영> 그렇죠. 그러니까 이런 부분이 저희들이 봤을 때 객관성이 없지 않습니까? 뭐 요리 교실 한다고 영수증을 붙여놔요. 하나하나 보면 커피 산 것도 있고 생리대도 있고. 그럼 이걸 누가 보더라도 요리 교실에 쓰는 재료 아니라고 생각하겠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유치원 측에서는 말을 합니다. 일단 ‘시민감사관이라는 분들이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회계 처리 기준에 문제가 없는 부분까지 문제로 포함시킨 사례가 많았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 최순영> 시민감사관들이 자꾸만 갑질을 했다고 그러고 전문성이 없다고 그러는데요. 우리 회계 감사들 전문성이 다 있습니다. 변호사도 있고 노무사도 있고 회계사, 건축사 그다음에 교육 전문가 활동가들, 급식 전문가들. 다 이런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가서 맨날 우리끼리 하는 얘기가 ‘우리가 을이네 ’ 이렇게 얘기합니다. 왜 그러냐면 이제 감사를 하려고 ‘서류를 주십시오’ 이러면 무조건 없다고 그러고 다 줬다고 그래요. 그러면 수입 통장이나 이런 것들이 다 나와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부분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데 한 유치원에서는 은닉했던 통장이 나왔어요, 우리가 찾아서.
◇ 김현정> 끝까지 아예 안 내고 버틴 경우도 있어요?
◆ 최순영> 그럼요, 그럼요. 그러면 어떻게 할 길이 없습니다. 진짜 법적으로 어떻게 할 길이 없어요.
◇ 김현정> 혹시 내라고 하니까 아예 쓰러지거나 119 불러서 실려 가고 이런 분도 계세요?
◆ 최순영> 은닉 통장을 우리가 찾아내고 이게 크게 문제가 생겼죠. 그랬더니 그 유치원 원장이 병원에 입원했어요. 쓰러졌다고 그러고 우리 감사장에 와서 아이고, 아이고 이러고 쓰러졌다 이러고는 병원에 입원하고 그 유치원은 결국은 문 닫았습니다. 지금 현재 영어학원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제 학부모들이 해명을 해 달라고 찾아간 유치원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도 역시 경기도 동탄이던데요. 학부모들이 해명을 요구하자 원장이 쓰러지고 대기하고 있던 119 구급차를 타고 갔다고 해서 지금 밤새도록 논란이 됐는데. 혹시 이 유치원 같은 경우는 감사 받을 때 어땠습니까?
◆ 최순영> 제가 그 유치원은 감사하지 않아서 사례를 자세히는 잘 모르겠는데요. 거기에도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겠습니까? 특히 동탄 같은 경우에 신도시에는요. 젊은 부부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경우가 새로 유치원을 지으면서 여러 가지 부정 사용한 것이 더 많아요. 그러니까 아마 학부모들이, 젊은 학부모들이 찾아가서 항의하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지금 이 동탄의 H 유치원 같은 경우에는 명품 가방과 성인 용품 같은 게 회계 장부에 적혀 있었습니다. 6억 8000여만 원을 부정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학부모들이 비대위를 꾸리고 해명을 들으러 갔는데 소동이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쓰러지고 실려가고 입원해버리고 이런 경우들이 감사 과정에서도 있었던 거군요?
◆ 최순영> 그렇죠.
◇ 김현정> 또 하나 유치원에서 강력하게 반론하는 부분은 뭐냐 하면 ‘사립 유치원은 물론 교육 기관이지만 개인 원장이 운영하는 개인 사업체다. 따라서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부분은 회계 처리가 다 가능한 건데. 예를 들어 유치원 직원들 회식을 하다 보면 거기에 주류가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 또 유류비도 지적을 했는데 유류비도 교통비 항목으로 업무 연관성을 따질 수 있는 부분인데 왜 이런 것까지 문제라고 지적을 했느냐.’ 이렇게 강하게 지금 반론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답변 주시죠.
◆ 최순영> 물론 선생님들이 수련회 가서 술도 한잔할 수 있고요. 교통비 조로 넣을 수 있죠. 그렇지만 저희들이 적발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업무에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고 누가 객관적으로 놓고 보더라도 저녁 7시에 그 시간대마다 막걸리, 맥주, 홍어회 이렇게 사서 달랑 들어가는 경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집 앞의 마트 같은 데에서 사가지고 누가 봐도 이건 집으로 갔구나, 이건 회식하려고 산 게 아니구나하는 게 분명한 경우들?
◆ 최순영> 그렇죠. 그리고 유류도 경유 같은 경우에는 저희들이 또 다 봐줘요. 학원 차량이구나 하고.
◇ 김현정> 그러니까 누가 봐도 업무 관련성이 없는 거라면 유치원은 경기도에 있는데 기름을 저쪽 어디 제주도, 강원도 가서 넣었다든지 이런 것들? 해명이 안 되는 것들만 집어넣은 것이다?
◆ 최순영> 네. 그리고 저희들이 또 그렇게 부정 사용이겠다 하는 건 정리해서 유치원에 1차로 보냅니다. 보내고 여기에서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건 해명해서 주십시오. 그럼 저희들이 그걸 보고 다시 또 정리하겠습니다. 이거를 두세 차례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도 1800여 곳이 적발됐다니까 저는 또 정말 놀라운데. 최 감사관님이 직접 겪은 일 외에도, 현장에 실사 나간 감사관한테 원장님이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까지 한, 감사관이 굉장히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경우도 있다면서요.
◆ 최순영> 현장에 실사를 나가거든요. 행정직 공무원하고 같이 나가요. 우리만 나가는 건 전혀 아닙니다. 그런 자리에서 원장이 우리 감사팀장한테 그랬답니다.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정말 쏘고 싶다’고. 저는 그 얘기를 듣고...
◇ 김현정> 잠깐만요, 잠깐만요.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쏘고 싶다’?
◆ 최순영> 네, 네.
◇ 김현정> 누구한테요?
◆ 최순영> 우리 감사팀장님한테요.
◇ 김현정> 아니, 원장님이요?
◆ 최순영> 네. 원장실에서 그랬대요. 그 얘기를 같이 갔던 사람들이 다 들었답니다. 저는 그 얘기 듣고 너무 가슴이 정말 멍하더라고요.
◇ 김현정> 물론, 물론 정말 교육자 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유치원 원장님들, 선생님들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 전체까지 욕되게 하는 이런 케이스들. 그런 분들까지 힘 빠지게 하는 이런 케이스들. 참 씁쓸하다 못해 당황스럽네요. 그래서 ‘이참에 아예 전국의 사립 유치원들 운영 실태 그리고 어린이집까지 전수 조사를 하자.’ 이런 학부모들의 요구가 지금 빗발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최순영> 저는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감사하는 유치원 중에 어린이집도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같이 운영해요?
◆ 최순영> 그 영수증이 왔다 갔다 해요.
◇ 김현정> 영수증이 왔다 갔다 해요?
◆ 최순영> 노골적으로 거기에 어린이집 인건비 영수증이라고 붙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 어린이집의 인건비는 어떻게 했을까 봐야죠. 그런데 어린이집은 도교육청 산하가 아니기 때문에 볼 수가 없어요. 다 같이 보는 것이 저는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이 참에 정말 정직하게 운영하고 있는 곳들과 그렇지 않은 옥석을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전수 조사가 필요한 게 아니냐. 이런 말씀으로 이해가 되고요. 지금 한 해에 유치원에 들어가는 국민 세금이 2조 원 정도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 최순영> 2조 원이 넘습니다.
◇ 김현정> 더 많이들 분노를 하고 계시는 거겠죠. 이번 주 안에 교육부에서는 사립 유치원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일단 밝힌 상태니까요. 우리 거기까지 보고, 보고 또 이야기 나누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최순영> 고맙습니다.
◇ 김현정> 경기도교육청의 시민감사관 최순영 감사관이었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