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률 감독의 11번째 영화인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오랜 지인이던 남녀가 갑자기 함께 떠난 군산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남녀 감정의 미묘한 드라마를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는 '경주'(2013), '춘몽'(2016) 등을 통해 지역과 공간, 시간을 아우르는 장률 감독 특유의 시선과 방식을 표현하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돼 처음 공개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엔딩과 시작이 맞닿은 독특한 회귀 구성, 열린 내러티브 속 오묘한 코미디, 반복되는 대사와 장면으로 시적 리듬을 선보이는 등 독보적인 매력을 드러냈다.
장률 감독의 페르소나로 거듭난 배우 박해일이 주인공 '윤영'을 맡아 열연했고, 배우 문소리가 '윤영'과 군산 여행을 함께하는 '송현'으로 분해 드라마에 생동감 넘치는 호흡을 불어넣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가제는 본래, '영아(咏鹅)'였다. 낙빈왕이라는 당나라 시대 천재 시인이 7살에 쓴 것으로 거위의 모습을 묘사한 중국의 국민 동시다. '영아(咏鹅)'를 한글로 바꾼 '거위를 노래하다'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군산을 붙여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로 제목을 선정하게 됐다.
이처럼 시에서 받은 영감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특별한 일은 아니다. 소설가 출신임에도 영화는 소설과는 멀수록, 시와는 가까우면 좋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은 당나라 시에서 영감을 받은 '당시(唐詩)'(2004)였다. '경주'(2014) 등 이후 대부분의 작품에서 항상 시에 관한 요소가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는 주인공 '윤영'(박해일)이 시인으로 나오면서 더욱 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 보인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는 한·중·일 인접 3국의 국적 정체성과 함께 특정 지역의 공간성, 시적 영감 등의 요소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장률 특유의 운율을 만들어낸다. 이번에는 일본식의 옛 가옥들이 남아있어 이국적인 군산의 정취를 스크린에 한가득 담았다.
올 가을, 시와 같은 운율을 선보일 장률 감독의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11월 8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