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출신 기자, 남북회담 공동취재단 버스에 오르지 못하다

통일부,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 고위급 회담 취재 배제
"판문점이라는 상황과 남북 고위급회담의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한 판단" 해명

지난 8월 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왼쪽)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평양 공동선언 이행 방안을 논의할 남북 고위급회담이 15일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통일부가 공동취재단에서 탈북민 출신 기자를 배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남북 회담의 경우 특수성을 감안해 통일부 출입 기자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공동취재(풀 취재)를 해오고 있다.


이번 고위급회담의 공동취재단은 4개사로 구성됐고, 조선일보가 포함됐다.

그런데 이날 오전 판문점으로 출발하는 공동취재단 버스에 조선일보 김 모 기자가 탑승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 기자는 탈북민 출신으로, 지난 2013년부터 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기사를 취재해왔다.

과정은 이렇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전화로 "조선일보에서 풀 취재 기자를 다른 기자로 변경하지 않으면 통일부에서는 풀취재단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알려왔다.

백 대변인은 "한정된 공간에서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데, 김 기자가 활발한 활동을 해 널리 알려졌으니, 언론을 제한한다기보다는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해 협조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통일부 기자단 간사는 "'풀 취재단은 기자단이 룰에 따라 대표 취재를 맡긴 것이며, 해당사에서 누구를 보낼 지는 전적으로 해당 사에 권한이 있다"며 "기자단이 정한 풀취재단을 통일부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어 기자단 간사와 김 기자는 조명균 장관을 면담하면서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조명균 장관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라며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말했다.

백태현 대변인은 '북측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북측의 이의제기는 없었고, 자체적으로 종합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 장관은 남북회담 본부 출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탈북 기자를 오늘 취재에 데려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판문점이라는 상황과 남북 고위급회담의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한 저희의 판단"이라고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은 '앞으로 탈북 기자는 북한 지역 취재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미리 가정해서 말씀드릴 순 없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조선일보측에 풀 취재 기자 교체를 여러차례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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