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강성훈 없이 웃음꽃…'4인' 젝스키스, 의미심장 콘서트

처음부터 끝까지 강성훈은 없었다. 무대에는 물론 브릿지 영상에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고, 멤버들은 강성훈의 이름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전한 삭제'. 젝스키스는 마치 원래 4인조였던 것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팬들과 웃음꽃을 피웠다.

14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단독 콘서트 '지금·여기·다시'가 개최됐다. 팬 기만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른 메인보컬 강성훈이 불참하게 되어 우려를 샀던 공연. 이날 은지원, 이재진, 김재덕, 장수원 4인 체제로 팬들 앞에 선 젝스키스는 강성훈의 파트를 나눠 부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총 22곡을 선보였다.

젝스키스는 3집 수록곡 '아마겟돈'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뒤 '천상비애'라는 부제가 붙은 '플라잉 러브'(Flying Love), '무모한 사랑', '컴백'(Com' Back) 등의 무대를 연이어 선보여 흥을 돋웠다.

"초심을 잃지 말고 다시 한 번 비상해 보자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뒤 리더 은지원은 콘서트 타이틀 '지금·여기·다시'의 의미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준비한 모든 것들을 쏟아 붓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인사말을 마친 이후 젝스키스는 1집 타이틀곡 '학원별곡'과 3집 타이틀곡 '로드 파이터'(Road Fighter)로 추억의 댄스 메들리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입 안에 사막이 왔어요"(김재덕)
"혀가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네요"(은지원)
"전 신물이 올라와요"(장수원)
"혼이 다 빠졌어요"(이재진)

메인보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한 멤버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러나 공연장을 찾아준 팬들의 응원 덕분인지 표정은 밝아 보였다. "젝스키스로 돌아와 그 어느 때보다 심장이 뜨겁게 뛰고 있어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옐키'(팬클럽명 '옐로우키스'를 지칭)와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요"(이재진).


젝스키스는 '라스트'(LAST)와 '세 단어'로 다시 공연장을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후 솔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장수원은 이문세의 '소녀'를 커버했고, 은지원은 자신의 솔로곡 '나우'(Now)로 힙합 스웨그를 뽐냈다. 이재진은 자신의 솔로곡 '에고이스트'(Egoist)를 선곡해 열심히 노래와 춤을 선보였고, 김재덕은 팝가수 B.O.B의 '위 스틸 인 디스 비치'(We Still In This Bitch)를 틀어놓고 춤을 췄다.

다시 4인조로 등장한 이들은 '오랜만이에요', '네겐 보일 수 없었던 세상', '슬픈 노래', '특별해', '느낌이 와', '현기증' 등의 무대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토크 타임에서는 약 9개월여 만에 콘서트를 여는 소감과 향후 계획 등을 밝히기도 했다.

"20주년이 엊그제 같은데 21주년을 넘어 22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여러분을 더 자주 찾아뵙지 못 한 것 같아 아쉬워요. (양)현석이 형이 말씀하셨다시피 정말 좋은 노래로 컴백할 예정이에요. 쉽게 곡을 정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날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불참한 강성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네 멤버는 마치 원래 4인조 그룹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팬들 앞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멤버가 내뱉은 단어에서는 의미심장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은지원은 요식업을 구상하는 게 있지 않느냐는 장수원의 말에 "그럼 있죠. 우리 '넷'이서 함께 할"이라고 답했고, 장수원은 "콘서트 끝나고 잠깐 '재정비' 하고 바로 녹음에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멤버 한 명이 불미스러운 논란으로 콘서트에서 빠진 뒤숭숭한 상황 속 태연하게 '다섯'이 아닌 '넷'이라는 표현을 쓰고 '재정비'라는 단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지점이다.

그런가 하면 팬들은 공연 내내 열정적인 응원으로 멤버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발라드곡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무대를 일어서서 관람한 팬들은 노란 응원봉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겹게 공연을 즐겼다.

젝스키스가 마지막 곡 '아프지마요'를 부른 뒤 무대를 떠난 뒤에는 "젝키 짱!"을 연호하며 '특별해'와 '커플'을 무반주로 '떼창'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젝스키스는 '예감', '그대로 멈춰', '커플'을 앙코르곡으로 부른 뒤 공연을 마무리 했다. "열심히 녹음해서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뵙겠다"는 약속의 말을 남긴 이들은 13~14일 양일간 열린 이번 공연으로 총 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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