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방기] '전동 스쿠터' 최초 등장은 1895년 을미개혁

'신기방기(新技訪記)'는 새롭고 독특한 기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전동 스쿠터(Electric Scooter)는 배터리 기술의 발달과 함께 최근 개인용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 산업의 큰 축으로 부상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이미 자전거와 함께 전동 스쿠터 공유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버드(Bird)와 라임(Lime), 스킵(Skip) 등이 대표적이죠.

한국에서 전동 킥보드(Electric Kickboard)라고도 부르는 전동 스쿠터는 동력 전달방식에 따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스쿠터,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동 스쿠터로 구분합니다. 전기 자전거와 소형 전기 오토바이도 전동 스쿠터(e-Scooter) 범주에 포함됩니다.

국내에서는 어린이용 '킥보드'(영어권에서는 스쿠터로 호칭)가 인기를 끌면서 성인용 제품까지 확산되었는데요, 중국 나인봇의 세그웨이 등이 유명세를 타면서 1인승 운송수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최근 2~3년 사이 전동 스쿠터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대중화 된 것에 반해 전동 스쿠터는 아직 법적으로나 관리, 안전, 자본력 문제로 해외에서도 일부 도심에서 제한적인 운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미개척된 스마트·교통·에너지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죠.

1895년 9월 오그덴 볼턴 주니어(Ogden Bolton Jr.)의 전기 자전거 최초의 특허출원 기록(위)과 두 달 뒤인 1895년 11월 출원해 1897년 특허를 인정받은 리비(H. W. Libbey)의 전기 자전거
많은 사람들은 전동 스쿠터가 2000년대 들어 배터리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인화된 운송수단의 필요성이 가져온 새로운 제품이라고 단순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전동 스쿠터의 시초가 1895년 조선의 근대 개혁운동인 을미개혁 시기 등장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겁니다. 3년 후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는 동아시아 최초의 전차(Tram)가 한성에 놓이는 격정의 시기였습니다.

최초의 기록은 1895년 9월 19일 오그덴 볼턴 주니어(Ogden Bolton Jr.)라는 미국 발명가가 전기 모터 방식의 스쿠터를 미국 특허청에 최초로 출원한 것입니다. 자전거 좌석 밑 프레임에 6극 직류 발전기를 달아놓은 것인데 100mAh 용량의 10V 배터리로 구성됐습니다. 하지만 이 전동 스쿠터가 출시됐다는 기록은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같은 해 11월 리비(H. W. Libbey)라는 발명가도 전동장치를 이용한 운송수단을 특허출원한 기록이 있습니다.

1799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가 '볼타 파일(Volta's pile)'이라 명명한 최초의 전지를 발명했고, 1859년 프랑스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 Gaston Planté)가 운송수단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충전식 납충전지를 발명하면서 말과 같은 동물이나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새로운 운송수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축전지 발명 이후 전동 스쿠터의 초기 모델들.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해 훗날 오토바이로 진화했다.
1911년 10월 대중기술잡지 퍼퓰러 메카닉(Popular Mechanics)에 소개된 전기 오토바이는 완충시 최대 75마일(약 120㎞)를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고속도는 시속 약 35km였습니다.


자전거 제작자 토마스 험버(Thomas Humber), 전기차 개발사 아작스 모터스(Ajax Motor), 농기계제작회사 랜섬 심스 & 제프리스(ransomes sims & jefferies), 발명가 얼 윌리암스(Earle Williams)가 세운 마켓티어(Marketeer), 발명가 칼 코데슈(Karl Kordesch) 등 수많은 발명가와 회사들이 수많은 전동 운송수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늘날 서서 타는 개인용 전동 스쿠터 모습을 한 제품이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15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오토페드(Autoped)라는 회사가내놓은 '오토페드'가 시초였습니다.

10인치 2륜 타이어를 달았고 핸들바를 앞으로 밀면 출발하는 독특한 스로틀 방식을 채택했는데요, 앞 바퀴 위에 공냉식 4 행정 155cc 엔진이 탑재된 가솔린 모델이었습니다. 클러치와 브레이크, 헤드 및 테일 램프, 경적까지 갖춘 그럴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요즘처럼 핸들 바가 접히는 폴딩 방식으로 휴대나 보관도 용이했죠.

1915년 미국 오토페드 롱아일랜드가 내놓은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의 전동 스쿠터 '오토페드'. 1921년 미국 생산 중단 이후에도 독일 철강 군수업체 프리드리히 크루프(Friedrich Krrup)사가 1922년까지 생산했다. 아래 이미지는 독일 교통경찰의 오토페드 독일버전 탑승 모습과 크루프가 내놓은 좌석식 오토페드 버전.
휘발유를 사용하는 엔진 대신 전기식 모터를 탑재한 제품도 출시되며 나름 화제를 모았지만 결국 대중화되지 못하고 1921년 미국에서 생산을 중단하게 됩니다. 현재의 티센크루프 전신인 독일 철강 및 군수업였던 프리드리히 크루프(Friedrich Krupp)가 1차 세계대전 발발 전인 1922년까지 독일에서 생산해 독일 교통경찰과 군에서도 일부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부피가 큰 배터리와 소재 불량 등 기술적 한계로 요즘같은 전기 스쿠터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60~70년대 가정에 가전제품이 보급되고 전기장치와 배터리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시 한 번 큰 변화가 생깁니다.

무엇보다 화석연료를 두고 벌이는 에너지 전쟁과 심각한 환경오염은 인류의 골칫거리였습니다. 심지어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자원이 고갈되면서 다음 세대에게 안겨줄 혹독한 미래는 인류의 멸망이 될 것이란 경고가 이어진 것도 깨어있는 소비자들과 발명가들을 다독이는 힘이 되었습니다.

보편적인 운송수단 중 하나였던 자전거는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자전거오토바이, 모터바이크, 삼륜차, 휘발유와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는 물론 전기 모터를 단 자전거까지 다양한 모델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사라졌죠. 자동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00년대 초부터 수많은 발명가들이 전기를 이용한 자전거와 자동차 등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혁신적인 운송수단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대부분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만들때 2천 번의 실패 끝에 성공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기술의 진보는 100여 년을 거쳐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집약적 기술과 함께 배터리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고, 낮은 유지비용, 휴대와 이동성을 강화한 전동 스쿠터는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30㎞ 안팎의 제한적인 항속거리와 안전 문제는 숙제로 남아있지만 이 또한 발전이 이루어지겠죠.

120여년 전인 1895년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미래 개인 운송수단의 꿈은 현대인과 미래의 세대에게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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