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엄포 놓더니 왜?

중국 실물경제 타격 별 영향 없을 듯…미국도 악영향 우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중 미중 정상간 회담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마무리국면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다음 주 초 발표할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론짓고 이런 의견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또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G20 정상회의 기간에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올초부터 격화돼온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우려가 제기돼왔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환율전쟁은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등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내린 것은 중국의 실물경제에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기업의 투자시 금융지원 금지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 압박 ▷무역협정과 연계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나 미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금지로 오히려 미국 기업이 손실을 입을 수 있고,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중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다,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도로 환율을 사실상 정부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도 미국으로서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여기에 교역촉진법상 ▷대미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 GDP대비 외환시장 순매수 2% 초과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적용시키거나 종합무역법을 적용시키기도 무리였을 것이라고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평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미중간 격화되는 무역분쟁에도 중국이 아직 실물경제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해외 투자은행들에 따르면 미중간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중국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3%~0.4%p 하락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JP모건은 중국의 대미 수출품 2500억달러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로 올해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관세를 내년 25%로 올릴 경우 내년도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0.25%포인트, 도이치방크는 0.5%포인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미중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에 대응해 위안화 절하,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재정확장 정책 등으로 맞서 실제 미국의 관세부과 효과는 미미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국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내상을 입었다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며 "중국의 대미수출 규모가 작년 기준 GDP대비 3.6%로 미미한데 이미 GDP대비 3.1%의 재정지출, 수출기업들에 대한 관세환급금 1%에서 5%로 상향조정 등으로 거의 상쇄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면적인 관세전쟁으로 GDP대비 3.6% 규모의 대미수출이 0으로 줄더라도 경제성장률은 0.6% 정도 줄어들겠지만 중국 정부는 이미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모두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 소장은 또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치명상을 입었다면 대미 수출이 줄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7,8,9월 대미 수출이 오히려 증가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실제 미중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9월 중국의 수출액은 2266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4.5%나 증가했고, 대미 무역흑자는 341억3000만달러로 직전 사상 최고치인 8월 310억5000만달러를 한달만에 갈아치웠다.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서방언론 등을 통해 불거진 중국의 대규모 부채 등 경제위기가 실은 과장됐다는 얘기도 많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Wind)의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회사채 부도액은 27개사 271억위안으로 작년 49개사 376억위안의 72%에 이르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의 디레버리징(부채감축) 정책에 따른 금융규제의 영향으로 일부에선 기업부채 규모가 급증하면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회사채 부도율은 0.39%로 글로벌채권시장의 1.2%~2.1%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물경제에 타격이 적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또 다른 차원이다.

위안화 절상 압력으로 외국인 자본유출이 이어지고 증시가 폭락할 경우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면적인 환율전쟁은 미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미국 뉴욕증시는 G2 무역분쟁 확산 우려에 미 국채금리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이틀 연속 급락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까지 갈 경우에는 정말 타협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중국을 종전처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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