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댓글도 전문가도 가짜" 유사 투자자문업체 내부 폭로

"내부 직원들이 회원인 척, 가짜댓글·가짜후기 작성"
"말발 좋다 하면 '전문가'로…검증도 전혀 없어"
이용자 환불 요구에도 위약금 수수료 떼고 '강제 환불'
책임없이 신고만으로 설립하는 유사투자자문업, 2천곳
"수익률 자랑, 전문가 전적으로 믿어선 안돼…경계해야"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수도권 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 유튜브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김 기자를 많이 기다렸어요. 제보에 의해 훅뉴스 취재가 시작됐다고 들었는데, 어떤 얘깁니까?

◆ 김정훈> 얼마전 저희 <김현정의 뉴스쇼>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그 제보자 분을 직접 만나 봤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먼저 듣고 시작하죠.

[녹취: 유사투자자문업체 전직 직원]
"처음에 입사하면 정회원인 척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나중에 수익 자랑을 할 수 있어요. 감사 후기 같은 것도 쓰고. 사회에 진출한 30대 남성, 투자금은 4천~5천 사이. 이렇게 콘셉을 잡고 연기자가 연기하듯이 채팅을 해요."

◇ 김현정> 이게 무슨 말이죠?

◆ 김정훈> 이분이 얼마전까지 한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직원이었습니다. 투자자문과 유사하다는 것이죠? 말하자면 사설 투자정보 제공업체, 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몇년전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졌던 이희진씨가 허위 정보를 퍼뜨려 수백억대 투자금을 가로챈 창구도 바로 이 유사투자자문업체였죠.

◇ 김현정> 그때 인터뷰도 했었거든요. 별다른 요건도 없이 신고만 하면 업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우후죽순처럼 이런 업체들이 성행해서 문제라고 했는데...

◆ 김정훈> 그런데도 업체 수는 꾸준히 늘어 이제 2,00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중 한 업체 직원이었던 분이 내부 비리를 보다 못해 그만 두었고요, 더이상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저희에게 제보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훅뉴스는 가짜가 난무하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실상을 드러내보려 합니다.

◇ 김현정> 내부 폭로로 들어보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실태요.

◆ 김정훈> 저희에게 제보가 오긴 했지만,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이런 업체들을 두고 소비자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어요. 소비자들의 피해 신고가 속출했기 때문인데 제보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더라고요.

◇ 김현정> 어떤 식으로 투자자들을 꾀길래요?

◆ 김정훈> 제보자의 말을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유사투자자문업체 전직 직원]
"콘셉을 잡는 게 왜 중요하냐면 회원들을 이용해서 바람잡는 게 쉬워지잖아요. 무료 회원인 척 질무하는 콘셉. '이 전문가님 어떤가요?' 그러면 정회원 콘셉 잡혀있는 계정으로 대답을 해주고. 어떤 무료회원 콘셉은 '한달 전부터 지켜보고 있는데 이분이 언급해준 종목 사니까 수익이 나더라', '가입비 열배 이상 벌었다'..."

◇ 김현정> 이분은 유사투자자문업체 직원이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평범한 투자자인냥 회원인냥 해서 후기를 쓴다? A라는 전문가 말을 듣고 주식 샀더니 대박났다, 이런 식으로 후기를 쓴다?

◆ 김정훈> 제보자 말에 따르면, 업체에 입사한 뒤에 그런 역할을 교육받았다고 합니다. 주식 투자 정보를 듣기 위해서는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유료방송에 가입해야 하는데, 그 가입을 종용하면서 업체 직원들이 일반 투자자인냥 행세했다는 거예요.

◇ 김현정> '진짜 돈 번 사례가 많은가 보다' 생각한 투자자들이 유료방송에 가입할 거고요.

◆ 김정훈> 제보하신 분이 사진도 보내주셨어요. 과거 근무할 때 찍은 컴퓨터 모니터 사진인데, 보시면 대화창이 여러개 나오죠. 한 사람이 여러개의 계정을 관리하며 이런 식으로 바람을 잡았다는 겁니다.

◇ 김현정> 드루킹이 떠오르네요. 한 사람이 여러 계정 여러개 갖고 '이 사람한테 대박 났어요' 이런 후기를 막 써요? 이 사진은 CBS 노컷뉴스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반적이라는 거예요?

◆ 김정훈> 저희가 업체 사이트를 샅샅이 훑어봤는데, 이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같은 ID로 '전문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 후기가 올랐는데, 어제는 '부인한테 한턱 쏘겠다'고 했다가 오늘은 '집사람은 나가고 아이들도 독립한 처지다'라고 모순된 글이 오른 겁니다.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이죠. 또 얼마전 청와대 인터넷 게시판에도,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으니 처벌해달라는 청원글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홍보하려면 떳떳하게 할 것이지 왜 이런 식으로 조작까지 하는 걸까요?

◆ 김정훈> 업체들의 운영 방식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방송 내용부터 먼저 들려드리고 설명드릴게요.

[녹취: 유사투자자문업체 '전문가'들]
"제가 선착순 딱 50분에게만 그 종목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제약 바이오주 오늘 공개를 하니까 꼭 밤 11시 온라인 공개방송에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후속 종목들 받아가고자 하시는 분들은 공개방송까지 참여하신다고 한다면 우리 여러분들의 계좌 빠르게 불려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건 인터넷 유료방송에서 하는 건 아닌 것 같네요?

◆ 김정훈> 그런데 이 멘트들은 유사투자자문업체 그들의 인터넷 사이트가 아니라, 케이블TV 경제 관련 채널에서 접한 내용입니다.

◇ 김현정> OO 경제TV, 이런 곳에서 나오는 증권 방송인데?

◆ 김정훈> 이렇게, 그 자문업자들은 그곳에서 '전문가'라고 불려지며 방송하다, 말미에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어디로 와라'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 김현정> 홍길동이라는 주식 전문가가 OO 경제TV에서 주식 방송하다가 더 자세한 정보 원하시면 인터넷 방송 OO채널로 오십시오, 이렇게 하고 끝나는 거예요?

◆ 김정훈> 거기서부터 유료회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호객행위가 펼쳐지겠죠. 그런데 대놓고 수익률 등을 부풀려 광고하다가는 허위 과장 광고로 걸리니까, 내부 직원들이 게시판에 가짜 후기를 올리거나 SNS 단체 대화방에서 바람잡이를 하며 회원들을 끌어모은다는 겁니다.


◇ 김현정> 처음엔 인터넷 방송이 아니라 OO 경제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이 '12시에 저 사람말 더 들으러 인터넷 접속해야 겠네'하면서 가는 것이고. 거기서부터 호객행위 하는 것이고요?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면 얼마를 내야 하는데요?

◆ 김정훈> 비싸더라고요. 업체나 자문업자들에 따라 다른데 월 백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 김현정> 그럼 몇개월이면 수백만원인데, 그 정도 값어치의 정보가 나옵니까?

◆ 김정훈> 전문가가 얼마나 뛰어나냐에 따라 다르겠는데, 자칭 전문가들의 경력이 형편없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하네요. 이 부분도 제보자의 말로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유사투자자문업체 전직 직원]
"주식 능력 이런 걸 평가하지 않고 얘가 좀 이 회사에 잘 녹아든다, 회원들이랑 잘 지내고 말발이 괜찮다 싶은 애들은 전문가를 시키려고 해요. 전혀 검증이나 뭐 그런 게 없어요. 전문가가 되면 말도 안되는 경력 같은 걸 걸어놓고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언변이 좋다 그러면 빨리 전문가 시켜요? 소위 말발이 좋은 사람은 전문가가 되는 거예요?

◆ 김정훈> 사실 전문가의 기준도 없잖아요. 자격증이 따로 있지도 않고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나온 전문가라는 이들의 경력을 봐도, 영문 이니셜만 덩그러니 써서 A사 주식전문가, B사 애널리스트 이런 식으로 써놨을 뿐이거든요.

◇ 김현정> 수백만원을 내면서 검증되지도 않은 전문가의 말을 듣고, 그 말에 따라 주식 투자를 한다는 거예요?

◆ 김정훈> 뒤늦게 이들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고 업체에 문의를 해봐도 회사는 나몰라라 한다는데, 회원들과 업체 직원의 통화 내용을 통해 살펴보시죠.

[녹취: 유사투자자문업체 회원, 업체 직원들]
"전문가 프로필이랑 이런 거 여쭤봤는데 직접 전문가한테 물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저께. 근데 방에 못들어가게 하면 어떻게 하나요?"
"전문가님 찾아가시면 되잖아요."
"여의도에 있는지, 전주에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A사 투자자문 운용 1년 이렇게 나오는데, A사가 뭐예요?"
"확인이 안돼서 정확히 모르겠네요."
"언제까지 확인해줄 건가요?"
"제가 왜 확인을 해줘야 하죠?"

◇ 김현정> 주식투자 전문가라는 자격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의 경력이 능력을 유추하게 하는 굉장히 중요한 근거인데, 유료회원 수백만원 내면서 가입한 사람이 물어보는데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 김정훈> 그러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환불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고 하네요.

◇ 김현정> 헬스클럽 같은 데 다니다가도, 환불요청하면 다닌 만큼 빼고 주는 게 소비자법 아닙니까?

◆ 김정훈> 환불 수수료나 위약금 명목으로 돈을 떼고요, 또 복잡한 계산식을 동원해 턱도 없는 금액을 환불해준다고 하기 일쑤라는데, 이 부분도 회원들과 업체 직원들의 통화 내용을 통해 확인해 보시죠.

[녹취: 유사투자자문업체 회원, 업체 직원들]
"저희는 분명히 소비자 보호원에 나와 있는 내용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환불금 산정했고 그것마저 거부하면 강제 환불 조치 진행될 거예요."
"더 이상 어떻게 되는 게 없다?"
"합의가 아니라 강제환불이예요."
"결제한 지 일주일이 안됐는데, 새로 결제한 것 일주일 이내의 환불 건을 얘기하는 거잖아요."
"회원가입 자체가 계속적 계약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해지시 위약금 발생한다는 것도 법률상 제시돼 있어요."
"상담하시는 분 성함이 어떻게 돼요?"
"제가 그걸 왜 알려드려야 돼요?"
◇ 김현정> 유사투자자문업체가 2,000곳이나 성업중이라면 분명 규제할 것은 규제하고 관리할 것은 관리해야 하는데, 상황이 어때요?

◆ 김정훈> 일단 환불의 경우, 불합리한 약관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개별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해요. 또 처음에 말했다시피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각종 피해 신고도 금융감독원이나 소비자보호원 등에서 나눠서 접수받고 있는데 실제 피해 구제 사례는 미미하다고 하네요.

◇ 김현정> 결국 회원 가입하는 분들이 알아서 정신차리고 회원가입 할지 말지를 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어디도 보호를 안해준다는 겁니다.

◆ 김정훈> 이 부분은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김효희 팀장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김효희,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팀장]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말하고 있는 수익률 자체는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면 안되고요. 전문가라는 분들도 투자자문업에서 증명 받은 전문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되고요. 그리고 '어떤 투자 전문가가 좋다더라' 그런 것에 대해서도 항상 경계를 가지고 투자를 해야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 김현정>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실태를 오늘 훅뉴스에서 깊이 들여다 봤습니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돼야 한다는 것... '대박이 터질 것 같다', '내 말대로 하면 주식 10배 불어납니다' 이런 말이라면 더 검증해봐야 한다는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김정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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