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은 크리처물도 상업 영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시도된 크리처물들이 번번이 흥행에 실패하며 영화계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크리처물의 가능성이 다시 엿보인 건 영화 '부산행'부터였다. 국내에서는 비주류 장르로 취급되던 '좀비물'을 정면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부성애 서사와 결합하며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인간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좀비가 현실감을 더해 기존 할리우드 좀비물과 차별화를 꾀했다.
올 추석 시즌에 개봉한 영화 '물괴'는 국내 최초로 크리처 액션 사극을 표방했다. 제작진은 조선왕조실록에 쓰인 기록을 바탕으로 해태의 외양을 본 뜬 괴물 '물괴'를 만들었다. 예상했던대로 영화 속 '물괴'는 발전된 CG(컴퓨터그래픽) 및 VFX(시각적인 특수효과)의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크리처 '물괴'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추석 시장에서 물러났다. 조선시대판 '괴물'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조선시대판 '7광구'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화 속 물괴를 쫓는 이들의 드라마 개연성과 '물괴' 자체의 존재감이 잘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계에는 두 편의 크리처물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나는 10월 개봉 예정인 현빈과 장동건 주연의 영화 '창궐'이고, 다른 하나는 배우 캐스팅에 돌입한 영화 '부산행'의 속편 '반도'다.
'창궐'은 '좀비'와는 다소 속성이 다른 '야귀'를 소재로 한 영화다. 제작진에 따르면 야귀는 좀비와 달리 밤에만 활동하며, 사람의 살을 물고, 피를 빠는 존재다. 좀비에서 속성을 변형해 조선시대에 어울리는 크리처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탄생했다.
조선시대라는 배경만 제외한다면 '창궐' 역시 크리처와 액션이 혼합된 장르다. 위기의 조선에 돌아온 왕자 이청과 야귀를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의 맞대결을 그린다.
메가폰을 잡은 '공조'의 김성훈 감독은 '공조'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생존을 위한 실제적 느낌의 액션을 선사할 예정이다. '물괴'의 사례처럼 액션과 크리처의 조화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흥행 성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행'의 속편으로 알려진 '반도'는 배우 강동원이 캐스팅을 검토 중이다. 좀비 바이러스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부산까지 좀비가 출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편과 똑같이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부산행'보다 좀 더 확장된 세계관을 어떻게 그려낼지 관심을 모은다. '좀비'라는 존재에 대한 긴장감과 공포를 1편보다 더 강렬하게 조성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신과함께'처럼 시리즈물로 가는 상황이라, 이미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반도'는 현재 내년 상반기 크랭크인을 목표로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 중이다.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동반된 이들 크리처물이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둬, 앞으로도 영화 시장 내 크리처물 제작에 활기를 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