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밑도 끝도 없이 철도연결 중단하라니요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어제(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가 야당의 파상 공세가 벌어졌던 탓인지 시작하기도 전부터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대북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제재 해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유엔사의 동의없이는 아무것도 풀어나갈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한 지적입니다.


그런데 "'선 비핵화' 없이는 어떤 것도 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북한의 뜻대로 너무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를 하고 나섰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지료사진)
여기에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남북 철도 도로 연결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북한의 동해안 방어부대들이 대부분 동해선 철도를 따라 배치돼 있다"면서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 대대적인 부대이전이 불가피하고 여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개성공단을 조성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도 개성공단 부지에 근접한 북한 군부대 이전이 문제가 됐습니다.

결국 북한은 탱크부대와 박격포 대대 등 군부대를 뒤로 물렸고, 군사적 긴장완화에 일부 기여한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물론 당시 이전 비용을 우리 정부가 부담하지는 않았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을 조성할 때 북한 군부대 이전 광경까지 봤는데 북측에 지불한 비용이 없었다"며 "동해선 공사를 할 때도 군부대 이전은 북측이 조치를 취할 상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에 사용된 유류도 문제 삼았습니다.

8월에만 186톤이 반출됐는데 이산가족 상봉행사 7일 동안 하는데 너무 많이 사용된 것 아니냐, 공동연락사무소에서는 무슨 일을 하기에 많이 쓴 것이냐,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냐고 다시 쏘아붙였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으로 사용된 금강산 지역 건물에는 전기 공급이 안되는 곳이라 장전항에 설치된 발전소를 가동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1,700kw급 발전기가 3대 있습니다.

현대 아산에 따르면 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1일 평균 약 4천 6백리터의 유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1차 행사 때는 560명, 2차 때는 480명 등 연인원 1천명이 넘는 인원이 전기를 사용했습니다. 개보수 공사 기간을 포함하면 50일 가량이나 발전기를 돌려야 했습니다. 얼핏 계산해도 200톤 정도의 경유가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경유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품목이라 미국과 사전에 협의를 거친 문제입니다.

현대 아산 관계자는 "미국의 승인을 받은 사안이고, 반출하는 유류의 양까지 사전에 논의된다"며 "발전기 가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전쟁위기로 까지 치달았던 한반도 위기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북한과의 일관된 대화 노력 때문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이 적대 국가였던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을 사상 처음으로 한 테이블로 이끌어 냈고, 교착상태에 빠졌던 비핵화 협상을 다시 진전시키는 동력을 제공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대북 제재의 목적은 제재 그 자체가 아니라 비핵화를 통한 평화 정착입니다.

지금은 밑도 끝도 없이 남북한 철도 연결 사업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야 하는 국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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