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美국방부 아닌 강경화에게 남북군사합의 확인해

폼페이오 "충분한 브리핑 못 들었어" 강경화와 40분 통화
같은날 저녁 다시 전화한 폼페이오 "의문 해소됐다"
정부 "한미 군당국끼리 충분히 협의"
폼페이오, 행정부 내 의문을 강경화에 해소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7일 오후 서울에서 만찬을 갖고 방북 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approval) 발언에 이어 국민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삐걱거린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외교부가 11일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통화 경위와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파장 가라앉히기에 주력했다.

외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폼페이오 장관은 강 장관과 통화하면서 불만을 터뜨린 당일 다시 강 장관과 통화해 오해를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가 불만을 터뜨린 통화는 지난달 17일 오전에 이뤄졌다. 40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물었다.


해당 내용에 충분한 브리핑을 듣지 못했던 그는 강경화 장관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고, 강 장관은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 하고 미국 정부 내부에서 추가적인 설명을 받할 것을 당부했다.

당시는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군사분야 합의서가 서명되기 이틀 전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그때까지도 해당 내용에 대해 공유를 받지 못했던 것이라면, 한미 공조에 의문점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미 군 당국 사이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이진우 부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와의 조율에 대한 질문에 "군사당국 간에 충분히 협의가 돼 있었고, 우리 정부부처 내에서 충분히 의사소통되고 교환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남북군사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군채널, 국방당국 간의 협의가 긴밀히 이뤄졌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내에서 공유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미 군사당국이 충분한 의견을 나눴고,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보고가 이뤄졌으리라는 설명인데, 의문은 왜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 군사당국이 아닌 강경화 장관에게 설명을 요구했냐는 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는 모든 외교안보 사안이 폼페이오에게 보고가 되도록 체계가 잡혀있다"며 "정상회담이 다가온 시점에 의문이 많아 내부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지만, 카운터 파트인 강 장관에게 직접 확인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강경화 장관은 한미 외교 현안을 두고 수시로 격식을 갖추지 않고 통화를 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저녁에 강 장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가지고 있던 의문이 해소됐다'는 취지로 말하며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의문은 당일 바로 풀린 셈이고,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도 미국 정부의 반발 없이 체결됐다.

또 지난 7일 방북 직후 서울을 찾아 강 장관과 일대일 만찬을 진행한 것으로 볼 때 외교장관 사이 첨예한 갈등은 없어 보인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미국 정부 내의 의사소통보다 한미 외교장관이 더 밀접하고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뜻이 된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리 외교수장이 전후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발언으로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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