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관함식 해상사열을 위해 '일출봉함'에 승선해 전세계 해군 장병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곳 제주는 평화의 섬"이라며 "이념 갈등으로 오랜 시간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강인한 정신으로 원한을 화해로 승화시킨 곳이다. 또한 섬 전체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는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며 "제주도의 평화정신이 군과 하나가 될 때 제주 국제관함식은 세계 해군의 화합과 우정을 나누는 축제를 넘어 인류평화와 번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2007년 참여정부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논의가 시작됐고, 이후 제주 강정마을을 중심으로 한 도민들의 반대로 극심한 갈등이 반복된 점을 상기하며 이번 기회에 이를 치유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관함식이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열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문 대통령은 꼭 참석하겠다는 생각도 여러 차례 밝혔다. 설사 가다가 (중간에) 돌아오더라도 제주에서 하는 관함식에 꼭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밝혔다.
또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드는 것이 2007년 참여정부 때 처음 결정이 됐고, 그 후 11년 동안 많은 고통과 상처가 있었다"며 "그래서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치유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주도를 갈등·분쟁의 섬에서 평화와 치유의 섬으로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평화를 사랑한다. 오늘 국제관함식은 한반도 평화를 알리는 뱃고동소리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이번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국민과 함께하는 해군이 되어주길 당부 드린다"며 "지역 주민과 해군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관함식의 이정표로 남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쟁과 갈등을 지향하는 관함식이 아닌 힘을 바탕으로 한 세계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행사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정전상태다. 남과 북은 이제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선언했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그 길을 끝끝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국방력"이라며 "그 중에서도 해군력은 개방·통상 국가의 국력을 상징한다. 대한민국 해군은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이어받은 최강의 해군"이라고 평가했다.
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관함식에 참석한 전세계 해군 장병과 대표단에 대한 환영 메시지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세계 47개국 해군이 함께 하고 있다"며 "제주도가 세계 해군의 화합과 우정의 장이 되었다. 제주의 바다가 평화의 바다를 위한 협력의 장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거친 파도를 넘어 평화의 섬 제주까지 와주신 각 국의 대표단과 해군장병 여러분을 뜨겁게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자리에 함께 한 세계의 해군장병 여러분은 세계의 바다를 안전한 바다로 만들고 있는 주인공이자 인류의 번영을 수호하는 용사들"이라며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 개최되는 제주 국제관함식은 세계해군의 발전과 위용을 만방에 떨치고 서로의 우정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관함식은 국가통치권자가 군함의 전투태세와 장병들의 군기를 검열하는 해상사열 의식으로, 각국 해군이 함께하는 국제관함식은 참가국 간 우의를 다지는 세계 해군의 축제로도 불린다.
이번 관함식에는 12개국에서 19척의 외국 군함을 포함해 40척의 함정과 24대의 항공기가 참가했고, 46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해군기지 문제로 갈등을 겪어 온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난다.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지난 11년동안 몸과 마음을 다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할 것"이라며 "아픔과 상처를 공감하고, 강정마을 주민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겠다는 뜻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