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포렌식으로 물증 잡았다"

-디지털포렌식 수사로 '유의미한' 증거 확보
-숙명여고 교사인 아버지에 기소 의견 방침
-쌍둥이 딸에 대해서도 '공모관계' 막판 검토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CBS 기자)


◇ 김현정>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교육청에서 조사를 했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못 잡았다고 해서 경찰로 넘겼는데. 경찰의 수사도 꽤 오래 진행했는데 '의미있는 물증이 나왔다'는 게 사실입니까?

◆ 김정훈> 사건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겠는데요, 이번 사건이 처음 알려진 게 7월 24일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소문의 실체를 확인해달라는 민원글이 올랐죠. 그 이후 교육청이 특별 감사를 벌이기도 했는데, 의혹을 규명하진 못햇습니다.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는데, 최근 구체적인 증거를 잡아냈다고 하네요.

◇ 김현정> 수사를 꽤 오래 했는데 그동안은 심증만 있다, 의심스런 정황만 있었다는 거였죠?

◆ 김정훈> 처음 의혹이 제기된 건 숙명여고에 다니는 쌍둥이 두 학생이 1학년 때는 전교 59등과 121등이다가 2학년 때 각각 문,이과 1등을 차지했기 때문이거든요.

◇ 김현정> 다니던 학원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학원에선 하위반인데 어떻게 숙명여고에서는 문,이과 1등을 했느냐'는 게 의혹을 더 키웠던 것이고. 그런데 그 아버지는 그 학교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더 의심이 커진 것이고요.

◆ 김정훈> 그냥 교사도 아니고 교무부장이었죠. 학교 시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해당 교사는 이미 6차례에 걸쳐 자녀가 속한 학년의 문제지와 정답지를 검토하고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 김현정> 또 한가지는, 나중에 정답이 정정된 시험문제가 있었는데, 쌍둥이 자매는 정정되기 전에 바뀌기 전 그 답을 그대로 써낸 경우도 있었다고 하죠?

◆ 김정훈> 열 한차례나 그랬고요. 또 문제가 된 게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그 부분이었거든요. 그 문제지도 해당 교사가 먼저 본 건 확인이 되기도 했는데, 역시 교육청 감사 결과 쌍둥이 학생의 아버지인 이 교사가 교무실에서 50분간 해당 시험지를 홀로 갖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사인 아버지는 "학원에서 교정도 받고 자녀들이 부단히 노력한 끝에 성적이 향상된 것일 뿐"이라고 의혹을 부인해 왔고요.

◇ 김현정> 뭔가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뚜렷한 게 안 잡혀서 논란만 계속됐던 건데...

◆ 김정훈> 그 때문에 평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당 교사와 교장, 교감에게 자체 징계 조치 정도만 내렸을 뿐이거든요. 법적인 책임은 묻지 못하고요. 오죽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달 저희 <뉴스쇼>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겠습니까? 들어보시죠.

[녹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일단 이 시험 문제가 출제되고 관리되는 그 과정의 문제. 여기에는 이제 관리의 문제가 있고요. 두 번째는 이것이 학생에게 전달돼서 시험 부정, 부정행위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저희가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제 단지 학생 문제가 있는 거죠. 그래서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만으로는 학생이 그 시험 문제를 받아서 부정행위를 했다고 확정하기가... 지금 심증은 확실하게 있는데."

◇ 김현정> '심증은 확실하게 있는데'라는 말을 교육감이 했던 걸 기억해요. 그렇게 해서 경찰 수사는 시작이 됐던 건데 뭐가 나왔어요?

◆ 김정훈> 물증까지 확보한 것 같습니다. 경찰이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교사로부터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압수했거든요. 그것을 두고 디지털포렌식 분석, 그러니까 디지털 데이터에 남긴 범죄 흔적을 찾는 작업을 했는데요...

◇ 김현정> 삭제했더라도 복구할 수 있고, 뭘 삭제했는지 다 남는 거잖아요.

◆ 김정훈> 네. 그 디지털포렌식 분석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유의미한 결과요?

◆ 김정훈> 해당 교사가 시험지 또는 정답을 확인하고 딸들에게 미리 전해준 단서를 잡았다는 겁니다.

◇ 김현정> 경찰이 유의미한 물증을 잡았다. 쌍둥이들의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물증을 잡았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합니다. 스모킹 건이 될 정도라고 해요?

◆ 김정훈> 수사팀에서 전해진 내용을 종합하면, 단순 정황을 넘어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다고 하고요, 이에 따라 해당 교사에 대한 기소 의견 방침을 정했다고 하네요.

◇ 김현정>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기는 거군요. 그러면 딸들은요? 딸들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단서가 되는 거 아니예요?

◆ 김정훈> 그 부분이 지금 경찰 수사팀이 막판 고민중인 대목입니다. 시험지나 정답이 사전에 유출된 사실을 딸들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시험을 쳤다는 거죠. 그렇다면 아버지와 공모 관계로 볼 여지가 있는데, 이에 따라 쌍둥이 딸에 대해서도 함께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로 넘길지 경찰이 적극 검토중이라고 하네요.

◇ 김현정> 아버지에 대해선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기기로 방침을 정했고, 딸들에 대해선 막판 고심중이다... 사실 지난 주말에 아버지와 두 딸이 다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두 딸중 한 딸이 조사중 호흡곤란으로 조사가 중단되기도 했잖아요.

◆ 김정훈> 아마 경찰 수사 결과에 큰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 학생이 생명에 지장이 있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고요. 경찰은 학생이 진정되면 다시 세 사람을 불러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하고요.

◇ 김현정> 고등학생이잖아요. 실제 기소가 되면 처벌도 가능한 나이인가요?

◆ 김정훈> 형사상 미성년자가 만 14세까지이니까,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경찰은 공모 관계의 구체성 또 적극성을 두고 최종 판단할 것으로 보이고요. 조만간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숙명여고를 넘어 전체 학교에 대한 불신을 키운 사건이기도 하고, 학종에 대한 불신을 키운 사건이기도 하기 때문에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 정확하게 수사하고 넘어가야 겠습니다. 김정훈 기자, 수고했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