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 1일 10월 A매치(12일 우루과이, 16일 파나마)에 나설 25명 명단을 발표한 뒤 깜짝 스타는 박지수(24, 경남)였다.한 때 축구를 포기하려고 했던 무명의 선수가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됐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박지수는 무명이었다.
인천 유스 출신으로 2013년 인천 유니폼을 입었지만, 프로 데뷔도 하지 못한 채 1년 만에 방출됐다. 이후 축구화를 내던졌다. 2개월 남짓 축구를 떠났다. 그런 박지수에게 친형의 쓴소리가 약이 됐다. 박지수는 다시 축구화 끈을 조였고, K3 리그 의정부FC에 입단해 다시 꿈을 키워갔다.
기회가 왔다. 2015년 K리그2(챌린지) 경남에 입단했다. 그렇게 박지수의 꿈은 조금씩 영글어갔다. 첫 해부터 주전을 꿰찼다. 세 시즌 경남에서 주전 수비수로 뛰면서 K리그1(클래식) 승격까지 이끌었다.
K리그1에 올라와서도 경남의 주전 수비수는 박지수였다. 경남이 32경기 38실점으로 최소 실점 2위에 오른 힘이었다. 벤투 감독도 그런 박지수를 놓치지 않았다.
박지수는 8일 파주NFC에 소집된 뒤 "중학교 3학년 이후 몇 년 만에 다시 오게 됐는데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면서 "나를 모르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내 이름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 내가 가진 장점을 다 보여주겠다, 그렇게 각오하고 왔다"고 당차게 말했다.
대표팀 발탁 후 박지수의 전화기는 폭주했다.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박지수는 "부모님께서 전화로 고생했다고 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웃었다.
박지수는 "경남 형들이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를 만나면 같이 깨물고 오라고 했다. 그럼 뜰 것이라 했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면서 "내 장점은 스피드와 제공권이다. 장점을 최대한 보여주고,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K3 리그에서 K리그2, K리그1, 그리고 국가대표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덕분에 일어난 기적이다.
박지수는 "나처럼 힘든 선수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지금 K3 리그에도 좋은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도 K3 리그부터 올라왔다.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나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