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또 한걸음 내딛었다" 영변 핵시설 美 참관 방향 잡은 듯

"김정은과 생산적 대화" "북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 참관도 협의"
'강경화 중재론' 이후 비핵화 방법론 놓고 미국 정부 첫 공식 반응
공전했던 비핵화 논의 본궤도…북미간 비핵화 교착상태 벗어난 듯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논의 시작…"빠른 시일 내에 열도록 협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오늘 북한 방문이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한 것은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공전했던 비핵화 논의가 다시 본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미가 2차 정상회담 준비에 돌입하고,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 참관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 면담 사진 (사진=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 폼페이오 "북한 방문 상당히 좋아" 비핵화 논의 본궤도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서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해 곧바로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걸음 내딛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방문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고, 8월 방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전격 취소됐다.


3개월 만에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이 당일 곧바로 서울을 찾아 문 대통령에게 방북 성과를 공유하면서 "또 한걸음 내딛었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종전선언과 선(先) 비핵화 조치를 놓고 끝없는 힘겨루기를 했던 교착상태는 일단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주목되는 점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강경화 외교장관이 지난 3일 미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핵무기 신고를 뒤로 미루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된 폐쇄를 통해 상호 신뢰를 먼저 구축하자고 제안한 뒤 나온 미국 정부의 첫 공식 반응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강경화 중재안'으로 불린 우리 정부의 제안은 '모든 핵 신고→검증→폐기'라는 전통적인 절차 대신 북미가 융통성을 발휘해 영변 핵시설이라는 '현재 핵'과 대북 제체안전 보장인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과정이 전체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영변 핵시설 검증 과정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물론 미국 인력도 평양에 상주하면서 북미 연락사무소로 발전하는 방안도 고려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여기까지 오기까지 문 대통령과 한국정부가 상당히 많은 역할을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또 여러가지 다양한 것들을 통해 전세계가 여기까지 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하다"고 말한 것도 한국 정부의 중재안에 일정정도 성과가 있음을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된다.

"제가 북한을 방문한 다음 곧장 여기를(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비핵화 (과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판 내용을 문 대통령과 모두 공유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 방북 직후 청와대 찾은 폼페이오와 면담 (청와대 제공)
◇ "북 비핵화 조치와 미국 참관 논의" 영변 핵시설 검증으로 종전선언 돌파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 문제와 미국의 상응조치도 언급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다.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합의했던 것에 비춰보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빅딜'이 논의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수석은 또 "폼페이오 장관은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내 개최키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 미북 양측은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역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간 비핵화 논의가 영변 핵시설 검증을 계기로 본격 재가도되면서 북미간 2차 정상회담 토대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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