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폭로전 용두사미로 끝나나…한국당 출구전략 고심

沈 폭로…기재부 '맞고발'‧靑 '조목조목 반박'
당 차원 靑 업무추진비 공세 수위 주춤
다운로드 자료 공유 거부한 沈에 냉담한 기류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심재철발(發) '예산정보 유출' 사태가 소강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심 의원을 적극 지원했던 자유한국당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심 의원이 폭로 직후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국면에서 화력을 집중하며 심 의원 엄호에 나섰지만, 추가로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등이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예산정보 유출 사태는 기획재정부와 재정정보원이 지난달 17일 심 의원의 보좌진들을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점화됐다. 이후 심 의원실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연일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며 불법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1일 급기야 검찰이 심 의원실을 압수수색을 강행하자, 당 차원의 대응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현역 의원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이례적인 것을 감안해 한국당이 '야당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한 것이다.

이후에도 심 의원실은 청와대 직원들의 야간‧주말 술집이용 내역과 정식임용 전 청와대 직원들에 대한 회의수당 등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기재부가 '비인가 정보' 공개의 불법성을 근거로 심 의원을 맞고발하고, 청와대는 공개된 자료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가운데 지난 2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이목이 집중됐다.


좌측부터 기재부 김동연 장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사진=자료사진)
당초 질문자였던 최교일 의원을 교체하면서까지 투입된 심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동연 기재부 장관을 상대로 공방을 벌였지만, 사실상 '완패'를 당했다는 게 중론이다. 김 장관은 심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일일이 반박‧해명하는 것은 물론, '불법'으로 취득한 자료를 돌려달라고 압박하기까지 했다.

대정부질문 이후 눈길을 끌만한 추가적인 폭로는 없었다. 심 의원은 지난 4일 이낙연 국무총리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민간인 개입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다.

심 의원의 추가 폭로가 주춤해지자 당 차원의 대응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업추비는 직원들 식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직원들은 밤낮 없이 혹사당하는 마당에 업추비에 손대지 않도록 식대라도 제대로 챙겨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대여투쟁 국면에서 소위 '판'을 키우기 위해 썼던 국정조사나 장외투쟁 카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을 비춰볼 때, 출구전략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심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당과 일절 공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7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심 의원이 예산정보를 100만건이나 받았다고 하는데 그 많은 자료를 일개 의원실에서 어떻게 다 소화할 수 있겠냐"며 "당 지도부의 자료 공유 요구에도 심 의원이 이를 거부하고 혼자 진행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로 공개한 자료들 중 정국을 흔들만한 파괴력 있는 정보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점도 출구전략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피감기관인 기재부가 입법부를 고발한 것을 두고 모두가 분개했지만, 심 의원 혼자 저렇게 칼춤을 추다가 막상 큰 게 안 나오니 사람들이 슬슬 빠지고 있는 것"이라며 "압수수색 사태 직후 심 의원은 이 정도에서 빠지고 당내 기재위나 법률지원단 등을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작전을 잘 짰으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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