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은 '군산'으로 벌써 장률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을 함께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과거 좋아했던 선배의 아내 송현과 여행을 떠나는 전직 시인 윤영 역을 맡아 미묘한 남녀의 일상을 전한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장률 감독에 대한 만족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박해일은 "주변의 많은 배우들이 장률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궁금해한다. 어떤 분이길래 저런 작품이 나오느냐고 묻기도 한다"면서 "감독님의 매력은 섬세한 감정을 가진 배우들을 보듬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5년 정도 감독님과 시간을 보내며 세 작품을 했다. 처음에는 교집합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하면 할수록 서로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지점이 많았다. 그런 관심이 캐릭터나 작품의 이야기가 됐다"라고 장률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성적인 영화들을 제작해 온 장률 감독은 독특한 지역색과 평범한 일상을 섬세하게 다루는 작업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 국적을 가진 장률 감독은 현재 한국을 주무대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그의 전작 '춘몽'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해일은 이런 장률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감독님이 한국에 와서 제작한 작품들과 이전 작품들은 질감의 차이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감독님에게 저예산 영화라는 건 특별히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상상력이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무한하다. 동네 주민 같다가도 동시에 시인 같은 분이다. 감독님은 앞으로도 지역명을 제목으로 해서 영화를 찍으며 전국 팔도 여행을 할 것 같다. 국내 모든 배우들과 다 만나서 작업하지 않을까"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장률 감독에게도 세 번이나 함께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특별한 배우가 아닐 수 없다. 그에게 박해일은 '배우'라기 보다는 '친구'에 가까운 존재다.
장 감독은 "한국에 몇 년 있으면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박해일이다. 친구가 됐다고 생각한다. 배우에게 캐릭터로 새로운 가능성을 주는 것이 배우와 감독의 관계인 것 같다"면서 "박해일은 나와 반대로 젠틀한데 일상과 현장에서 모두 좋을 뿐 아니라 궁금증을 던진다. 그런 점에서는 나와 비슷하다"라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특히 박해일의 연기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 박해일의 일면이다. 장 감독은 세상을 바라보는 박해일만의 '리듬'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장률 감독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많지만 어떤 이들은 그 방향이 하나다. 그런데 박해일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일상에서 시인 같은 면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리듬이 있다. 나는 그것에 흥미가 있고, 계속 떠오르더라. 함께 더 전국 팔도를 다니면서 영화를 찍어보자는 생각이 있다"라고 애정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군산에서 엇갈리는 사랑을 펼치는 네 남녀의 일상을 그린 영화로 배우 박해일, 문소리 등이 출연해 색다른 매력의 연기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