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작품을 출간해온 출판사 난다 김민정 대표는 4일 "어제 저녁 시인이 독일 현지에서 지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허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국 스크립터 등으로 일하다가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후 1992년 독일로 건너간 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에서도 꾸준히 시를 써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등 4권의 시집을 냈다. 인간의 외로움과 이방인으로서 쓸쓸한 정서가 짙게 배어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고고학을 공부하면서 시공을 넘나드는 상상력을 투영했다.
허 시인은 올해 초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 8월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15년 만에 재편집해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라는 제목으로 내기도 했다.
시 외에도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 문학상, 이육사 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독일에서 지도교수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있으며 장례는 독일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