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은 4일 성명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일 냈던 해명문을 조목조목 재반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문체부는 1일 입장문을 통해 "131명의 징계 권고 중 징계 0명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3명이 징계를 받았고 당시에도 해당 공무원들에게 '주의'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형평성에 맞게 일부에 대해서만 주의를 내렸다는 것이 문체부의 해명이다.
이에 민간위원들은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의 본질적인 해결 과정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오직 블랙리스트 국면이 조속하게 마무리되기만을 바라는 문체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성찰 없는 관료주의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체부의 발표 어디에도 국가 범죄 당사자 조직으로서의 성찰과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매우 형식화되고 최소화된 처벌 조치만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뿐"이라며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에는 무관심한 채 징계를 둘러 싼 숫자놀음, 언론플레이만을 반복하고 있는 문체부의 초라한 변명과 자기 합리화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위원들은 "징계는 0명이 아니다"는 문체부의 주장을 하나하나 재반박하기도 했다.
첫째로, 문체부는 지난해 6월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해 이미 일부 징계가 이뤄졌고 형평성 차원에서 일부는 징계를 할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공무원 징계제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위원들은 지적했다. 공무원법상 동일한 비위에 대해 징계와 형사처벌을 병행해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저촉되지 않을 뿐더러, 이번에는 동일한 비위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주의'도 불이익이 있는 징계의 일종이라는 문체부의 해명에 대해서도 "주의는 명백하게 법률적으로 징계의 종류가 아니다"며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 구분한다는 법률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마지막으로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주의'조차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관료주의에 기반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미 대법원 판례에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없고, 범죄 행위를 할 경우 상관 명령에 따랐다고 해서 부하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고 해석돼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위원들은 "문체부의 하위직에 대한 작위적이고 불법적인 면책 행위는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 책임규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종환 장관이 이끄는 문체부에 대해 예술계 현장의 싸늘한 분위기도 전달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문화행정이 심각하게 표류하고 있다. 대다수 문화분야 전문기관의 인사는 '전문성 없는 캠프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현장을 한숨 짓게 해왔다"면서 "문체부는 지금 '사람이 없는 문화, 관료만 있는 문화'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 규명을 위해 민간위원들은 도종환 장관이 직접 참여하는 공개토론회 개최를 제안함과 동시에 현재 진행중인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의 백서 발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위원들의 이같은 공개토론 제안에 대해 문체부는 "입장을 전달받고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와 문화예술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도 장관과 민간위원들의 공개토론이 성사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