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코리아세일 페스타'의 성공조건이다.
사실 요즘 만큼 내수 경제 활성화의 필요성이 절실한 때도 없다. 내수경기가 안좋아도 너무 안좋아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침체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국내외 경제기관들의 우리 경제 성적표는 이런 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제의 성장동력이 서서히 고갈되는 틈을 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 → 2%대로 주저 앉았고 전자업종이 이끄는 수출도 불안불안하다. 가계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3일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5.2%로 지난해보다 2.3%상승했고, 한국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12.2%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가계의 부채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가계가 주택구입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총저축에서 대출을 뺀 순자금운용 규모(2분기)가 17조3천억원에서 14조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내수 기업들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점차 접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내수기업 경기실사지수를 보면 6월 78에서 71, 69, 67(9월)로 매달 낮아지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내수부진'을 경영애로사항 1순위로 꼽고 있다고 한다.
유통업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꼽는 행사의 흥행 보증수표는 '소비자가 폭발적인 세일기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정상가격으로 팔아 최대한 이익을 내려는 공급자의 속성상 기존제품을 80%이상 세일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제품 생산 때부터 코리아세일 페스타를 겨냥한다면 아주 특별한 가격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생산자, 유통이 내수진작의 취지에 공감해 이익을 조금씩 줄이고 적어도 1년전쯤 상품이 기획되면 품질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충분히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당국자의 역할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바램이다. 갑질에 대한 지탄이 확산된 이후 유통업계의 가격 발언권이 크게 약화된 탓이다.
산업부가 코리아세일 페스타를 내수진작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할 업무로 인식한다면 준비 초기단계부터 공무원 뿐아니라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수집하고 제품기획과 판로까지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는 수고를 감당해야 하고 세제혜택 등 더 많은 생산자들을 끌어들일 유인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리아세일 페스타 시행 초기에는 자동차에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혜택이 코.세.페 기간과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싼 가격에 물건을 내놓으려면, 그 키를 쥐고 있는 생산자들을 '세일축제'로 끌어들이고 그들의 판로걱정을 덜어주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4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산업체 입장에서 티셔츠 1만장을 찍어 다 팔린다는 보장이 있으면 가격을 낮출 여지가 커지지만 안 팔릴 경우를 생각하게 되면 재고 부담 때문에 수량을 줄이고 그럴수록 단가가 오르고 가격을 낮출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페스타 기간을 30일에서 10일로 줄인 건 그나마 제대로 취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주변에 워낙 싸게 살 수 있는 유통채널이 널려 있어 세일이라는 마케팅 수단이 예전처럼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일효과가 떨어지니까 2017년에는 업계의 요구로 전체 30일의 기간이 '전체행사'와 '집중할인기간' 두 개로 나눠졌고 올해는 아예 10일로 줄었다"며 "백화점 '세일발'도 첫 주말 3일인데 상시 할인채널이 많아진 요즘 긴 행사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새로운 소비축제인 광군제는 단 하루만에 끝난다.
유통업계에서는 세일 행사기간을 줄이는 대신 전체 코리아세일 페스타 행사를 의류나 화장품, 생활소품 등 '업태별, 장르별'로 나눠서 진행하는 게 훨씬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엔 한 가지라도 실효성 있는 처방이 아쉽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글로벌화되고 선호도 한층 까다뤄워진 요즘 코리아세일 페스타도 소비자 친화적인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변화없이 이대로 가면 고객들과 기업은 식상해질 것이고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소비자들을 끌기 위해서는 테마를 바꾸고 새것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 코리아세일 페스타 준비모임에 매년 참가하고 있는 유통업체 한 간부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