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제동거는 유엔사…커지는 '월권' 논란

"유엔사, 비무장지대 점령통치권 주장…남북 합의 사항 이행 관련해 계속 문제삼을 가능성"
"유엔사는 유엔 보조기관 아니고 미국 정부소속"…태생적으로 미국 입장 대변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정치부 도성해 선임기자


◆ 임미현 > 정부는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인 비무장지대 GP 철수와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을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비무장지대를 관할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있어서 월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통일부를 출입하는 도성해 선임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남북한은 비무장지대에서 GP를 일부 철수하기로 합의했는데 유엔군사령부는 좀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 도성해 > 예,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 과정에서 군사분야 부속 합의서를 체결했는데, 이때 DMZ 내에서 감시초소인 GP를 전부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할 수 없으니 일단 1km 이내로 근접한 초소를 올해 말까지 철수하기로 했는데, 남북한 각각 11개씩 모두 22개입니다.

그런데 새로 유엔군 사령관으로 지명된 인물이 "GP 철수는 유엔사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지난달 25일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남북한 대화 과정에서 관련 사안들은 모두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중재와 결정, 감시, 이행이 이뤄져야 합니다"

참고로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는 인물입니다.

판문점 (사진=자료사진)
◆ 임미현 > 남북이 합의해도 바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 도성해 > 이미 경의선 철도 연결을 위해 신의주까지 직접 우리 열차를 타고 달리면서 현장 조사를 하려던 계획도 유엔사의 거부로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유엔사의 주장은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할권을 자신들이 갖고 있으니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서 역사 공부가 좀 필요한데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되는데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즉 유엔사령관과 북한인민군 최고사령관, 중국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사인을 했습니다. 국군은 빠졌습니다.

이 정전협정으로 비무장지대가 설치됐는데, 따라서 그 관할권은 우리 군이 아니라 서명 당사자인 유엔사령관에게 있다는 거죠.

◆ 임미현 >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한 해결이 안되는 건가요?

◇ 도성해 > 일단 유엔사령부가 DMZ 출입이나 내부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맞습니다.

국내에서 유엔사 문제를 가장 깊이 연구해온 사진작가 이시우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유엔군 사령부나 미 국무부의 입장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을 군사점령지로 규정하고 있고 점령통치권, 즉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 이시우씨

이 관할권의 핵심은 출입통제 권한입니다. 비무장지대를 출입하거나 안에서 활동을 하려면 우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유엔사가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정전협정의 전문을 잘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표현들이 좀 어려운데 쉽게 정리하면 정전협정은 '한국에서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때까지 일체의 적대행위와 무장행동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정전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러니까 비무장지대에서 적대행위를 규제하고 중단시키는 권한은 인정하더라도 남북간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미군문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진석 변호사의 얘기도 들어보시죠

"유엔사가 현재 남북간에 이뤄지고 있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거나 반대하는 것은 정전협정에 위반되는 월권행위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다" - 박진석 변호사

◆ 임미현 > 그런데 백번 양보해서 GP 철수 문제는 군사적 행위라서 유엔사가 개입할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철도 연결 사업은 남북 교류와 관련된 사안아닙니까?

◇ 도성해 > 예 그래서 더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데요

지난 2000년 6.15 선언에 따라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이 추진됐고 당시에도 유엔사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그런데 남북의 의지가 강해서 유엔사가 양보를 했는데, 그해 11월 17일 북한군과 유엔사는 경의선 연결 구간에 한해 '관리권'을 우리 군에 넘기는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2002년에는 지뢰제거 작업을 상호 검증하기 위해 남북 조사단이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려고 하자 다시 태도를 바꿔 유엔사의 승인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나왔습니다.

관리권만 준 것이고 관할권까지 준 것은 아니라는 논리였습니다,

◆ 임미현 > 무슨 차이가 있는 지 모르겠군요.

◇ 도성해 > 예 문제는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앞으로도 비무장지대를 통과하거나 그 내부에서 진행되는 활동들이 많은데 사사건건 유엔사가 승인을 받으라며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유엔사령부가 유엔 소속일까요 아닐까요?

◆ 임미현 > 유엔 명칭을 쓰고 있으면 당연히 유엔 산하 아닌가요?

◇ 도성해 >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시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엔의 지휘를 받지 않고 미국 대통령의 명령을 받습니다.

초반에 제가 말씀드렸죠?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은 물론 유엔군사령관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임명하고, 인사청문회도 미국 상원에서 하는 거죠.

유엔사의 법적 지위 문제를 연구해온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고서에서 "유엔사는 유엔의 군대 혹은 유엔의 보조기관이 아니다. 유엔사는 정치적, 행정적, 군사적 차원에서 전적으로 미국 정부 소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사의 태생을 보면 한국전쟁 발발 직후에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침략을 평화파괴로 규정하고 무력 공격을 격퇴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기로 결의했고, 1950년 7월 7일에는 통합사령부 구성을 결의안을 채택합니다.

그 내용을 보면 유엔 각 회원국들에게 한국에 군대를 파견하되 미국 정부하의 통합사령부에 배속할 것을 권고하고, 미국에는 통합사령관 지명과 통합사령부의 활동을 적절하게 보고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결정이 아니라 권고이고 요청이라는 점이 중요한데요,

이와함께 유엔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줍니다. 미국은 통합사령부 명칭을 유엔군사령부라고 했고, 이후에 이 명칭이 일반화돼버렸습니다.

이러다보니 유엔이 아니라 미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보다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가서는 안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고, 이것이 경의선 북측구간 공동조사나 GP 철수 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유엔사의 법적 지위나 권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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