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머리고지 평온 속 지뢰제거…"500미터 앞 교통호에 선배님들 유해"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DMZ 공동유해발굴 위한 지뢰제거 작업 시작돼
DMZ 내 수색로 등 기존 통로를 좌우로 최대 10m씩 확대
올해 안에 지뢰제거 도로개설 끝내고 내년 4월부터 시범 발굴
군 "응급의료, 유해발굴 전문인력 포함 120명 투입 …안전에 최우선"

우리 군이 2일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 탐지와 제거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찾아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일대는 평온한 가운데 분주했다.

DMZ내 화살머리고지로 들어갈 수 있는 GOP 철책 통문 주위에는 '남북공동 유해발굴 완전작전','선배님들의 숭고한 뜻을 잇겠습니다'라는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어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었다.

DMZ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온 유엔사 소속 군인들도 보였다. 군 관계자는 "서류상으로 여러 단계인 입출입 절차를 줄이기 위해 유엔사에서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화살머리고지는 화살촉처럼 생긴 해발 280m의 산으로, 남북으로 이어져 있으며 그 유명한 백마고지에 인접해 있었다.

취재진은 방탄용 조끼와 철모를 착용하고 전술용차량을 이용해 군사분계선에서 1km 가량 남쪽에 위치한 화살머리고지에 올랐다. 고지에는 1952년 중공군에 맞서 전투를 벌이다 산화한 프랑스 군인들을 기리는 자그마한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다.

◇ DMZ 내 수색로 등 기존 통로를 좌우로 최대 10m씩 확대

2km 전방에 북한군 GP가 마주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았다.


우리 군의 지뢰제거 작업은 화살머리고지 일대 두 곳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으로 DMZ 작전이 이뤄졌던 수색로 등 기존 통로를 이용해 고지 근처와 전방 5백m 지점에 있는 6.25 전쟁 당시의 옛 교통호 주변 등 2곳이다.

이날은 GP가 있는 고지 바로 앞 수색로에서 지뢰탐지 작업이 진행됐다. 지하 3m 깊이까지 철제 금속물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인 숀스테드와 지뢰탐지기, 휴대용 공압기 등의 장비가 동원됐다.

군은 화살머리고지 주변 8백미터에 이르는 수색로 등 기존 통로를 현재의 2~3m 폭에서 좌우로 4m씩 더 확장하고, 전방 5백m 앞에 있는 5백미터 길이의 옛 교통호 주변을 좌우로 10m씩 확대하는 방식으로 지뢰제거 작업을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대장은 " 고지 전방 5백m에 6.25 전쟁 당시 선배님들이 작전을 했던 교통호가 있다"며 "거기에 유해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통호는 현재 흙과 나뭇잎 등으로 덮여 있어 유관으로는 식별이 안되지만 조금만 걷어내면 전사자 유해가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시범발굴이 이뤄지는 내년 4월 이후에라도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뢰제거 작업 지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화살머리고지 지뢰제거 작업은 지뢰탐지와 제거, 응급의료, 유해발굴 전문인력 등 총 120명의 인력이 투입돼 진행된다.

◇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작업…11월말까지 작업 완료 예정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작업이 진행될 예정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우리 군의 지뢰탐지와 제거작업이 실시되고 있는 화살머리고지 일대 (사진공동취재단)
군 관계자는 "화살머리고지 일대에 계획적으로 지뢰가 매설됐다는 기록은 없어 밖에서 예상하는 것 만큼 지뢰제거에 따른 위험요소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산발적으로 매설된 지뢰나 불발탄이 있을 수 있어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작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지뢰제거와 함께 군사분계선까지 이어지는 도로개설 작업도 이뤄진다.

군은 남북 합의에 따라 지뢰제거 후 폭 12미터 길이 1.7km에 이르는 도로를 연말까지 개설하고 이후 배수로와 전기, 통신선로 ,남북 공동사무소를 설치 등으로 공동유해발굴의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한편 군사분계선 너머 2km 전방에 북한 GP가 있었지만, 북측 지뢰제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고지 후사면이어서 관련 동향이 파악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화살머리고지는 6·25전쟁의 휴전 직전이었던 지난 1953년 6월 29일부터 7월 11일까지 국군 제2사단이 중공군 제73사단 병력과 모두 2차에 걸쳐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곳이다.

전투 당시 화살머리고지는 국군 제2사단이 확보해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던 곳으로 중공군 제73사단이 고지를 탈취하기 위해 모두 2차례에 걸쳐 총공격을 감행했다.

한때 중공군이 고지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국군이 최후 탈환전에 성공해 6·25전쟁에서 제2사단이 거둔 최후 전승지로 기록된 곳이기도 하다.

화살머리고지에는 한국군 전사자 유해 2백여구, 미국과 프랑스 등 유엔군 전사자 유해 3백여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의 지뢰제거 작업은 지난달 19일 남북이 평양에서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의 첫 조치다.

남북은 군사합의를 통해 DMZ 내 공동유해발굴을 추진하기로 하고 그 장소를 화살머리고지 일대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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