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SK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해운을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이 발행할 신주를 사들이는 방식을 검토 중이며, 신주 발행 규모는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측은 이에 대해 "한앤컴퍼니 측과 협상 중인 것은 맞지만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지분을 최대 90% 가까이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최대주주인 SK㈜에는 소수 지분만 남게 된다. SK그룹이 1982년 유공해운을 설립하며 해운업을 시작한 지 36년 만에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SK그룹의 철수는 업황 장기 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이 1980년 인수한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에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공해운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해운업 호황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팬오션에 이어 국내 4위 해운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졌다. SK해운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391%에 이른다. 차입금은 4조 4000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나선 것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뿐만 아니라 50%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놨다.
SK해운 대주주는 SK㈜로 지분 57.22%를 보유하고 있으며, SK㈜는 최태원 회장이 2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SK해운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작년 기준 매출의 34% 수준인 내부 거래 비중을 줄여야 한다.